"이젠 감독이라고 권위를 내세우는 시대는 가지 않았나요?"
롯데 양승호 감독은 올시즌 처음 맡은 롯데에서 잘 모르는 선수들과 어느새 웃으며 얘기하는 사이가 됐다. 부임했을 때 인연을 맺었던 이는 최기문 코치와 홍성흔 뿐이었다. 그만큼 아는 사람이 없었지만 그는 소통하는 감독으로 선수들과 교류했고 그 결과는 롯데의 첫 정규리그 2위로 돌아왔다.
양 감독은 "고려대 감독으로 4년간 있으면서 선수들과 소통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고 했다. 이제는 감독이라는 권위로 선수단을 통솔하기 힘들다는 뜻. 양 감독은 어린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트위터나 모바일메신저 등도 배워 선수들과 대화를 했었다. 하지만 올시즌 초반 성적이 나빴을 때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모두 닫아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롯데 선수들과는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하나가 됐다. "아무리 내가 마음을 열었다고 해도 선수들에게 감독은 아무래도 어렵다. 홍성흔 등 고참이야 나에게 말도 잘하지만 젊은 선수들은 직접 불러 물어보면 대답을 못할 때가 많다. 특히 내성적인 선수들은 더하다"면서 "앞에서는 말을 못해도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답이 온다"고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 양 감독이 조언이나 격려의 문자를 보내면 즉각 답이 온다고. "앞에서는 아무말도 못하던 선수들이 문자로는 속내를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감사합니다'나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답문자를 보내는 선수도 있는가 하면 어떤 선수는 장문을 보내 메시지가 몇개씩 오기도한다 "고 했다. "그래도 내가 어려운가보다. 내가 문자를 보낸 뒤 몇시간 뒤에 오는 문자는 '죄송합니다. 이제 봤습니다'라고 시작한다"고 한 양 감독은 "강민호는 무조건 하트부터 찍고 시작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저기 하트를 날리면 안된다'고 했다"며 웃었다.
양 감독은 "감독이 권위의식을 가지고 무조건 따라오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어떻게 보면 선수들에게 감독이 맞춰야할 시대"라고 했다. 선수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감독. 강력한 카리스마가 감독의 대명사였던 프로야구에 양 감독의 소통은 분명 새로운 바람이다. 그리고 SK 이만수 감독대행과 두산 김진욱 감독, LG 김기태 감독 등 새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들도 소통을 앞세우고 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