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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SK, 우천취소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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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이 비로 연기돼며 23일 열리게 됐다. '이번 비가 어느 팀에 더 유리할까'를 놓고 설왕설래 중인 가운데 비가 양팀에 똑같은 고민을 안겨주는 점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름하여 선발투수의 딜레마다.

양팀은 5차전을 앞두고 투수진 총출동을 선언했다. 롯데는 만약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경우 1차전 선발에 나설 용병 사도스키를 제외하고 모든 투수들이 대기할 예정이었다. 특히 4차전에서 50여개의 공을 던진 에이스 장원준도 3타자 정도를 상대할 가능성이 컸다. SK 역시 마찬가지. 선발 요원 고든도 불펜 등판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비가 투수진 운용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롯데 쪽을 보자 .양승호 감독은 "밑그림은 그대로 갈 것"이라며 선발 송승준에 사도스키를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도스키는 22일 경기가 취소되기 전 사이드피칭을 하며 컨디션 점검을 마친상태. 문제는 휴식일이 하루 더 생기면서 장원준과 부첵의 활용법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양 감독은 "이렇게 되면 중요한 순간에 장원준을 좀 더 오래 끌고 갈 수 있지 않겠나"라며 30~40개 정도의 공을 던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부첵 역시 휴식을 취해 구위를 끌어올릴 수 있다.

SK는 3차전 선발로 역투를 펼친 송은범이 등판할 수 있다는 변수가 있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무리이지 않겠나"라고 하면서도 "김상진 투수코치와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송은범을 등판시킬 것임을 암시했다. 여기에 2차전 선발로 나섰던 용병 고든이 5일을 쉬고 나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5차전은 치열한 투수전일 될 가능성이 높다. 선발 송승준, 김광현 외에 에이스급 선발투수들이 모두 불펜으로 나설 준비를 마친 상태이기 때문이다. 투수 자원의 활용폭이 넓어져 양팀 모두에 이점이 있다.

문제는 한국시리즈다. 어차피 두 팀 중 승리팀은 이틀 후부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를 치러야 한다. 자칫하면 선발로테이션이 무너질 수 있다. 롯데의 경우 예를 들어보자. 5차전 기필코 승리해야 하는 경기. 장원준과 부첵의 투구수가 많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사도스키가 나오는 1차전은 그렇다 쳐도 당장 2, 3차전 선발이 구멍날 수 있다. SK 역시 송은범과 고든의 투구수가 많아지면 1차전 선발을 4일을 쉰 윤희상으로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당장의 1승이 급한 두팀이 한국시리즈까지 내다보고 투수진을 운영하기는 힘든 노릇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모두 힘을 빼 한국시리즈에서 허무하게 패할 수도 없다. 양 감독과 이 감독으로서는 머리가 아플 상황이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