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SK는 이어던지기로 승부를 봐야 한다.
일단 선발 김광현의 투구내용에 따라 마운드 운용이 달라진다. 김광현이 제몫을 해준다면 평소처럼 최강 불펜진을 가동해 롯데 타선을 묶으면 된다. 김광현이 초반 난조를 보일 경우에는 엄정욱을 롱릴리프로 쓴다는 것이 이만수 감독대행의 구상이다.
이 감독은 김광현이 1회부터 난타를 당할 경우 망설임없이 엄정욱을 두 번째 투수로 올릴 생각이다. 엄정욱이 20일 4차전서 구원등판한 이유는 지난 16일 1차전 등판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아 피칭 감각을 익히게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5차전을 염두에 둔 등판이었다.
엄정욱은 정규시즌서 선발로 2.39, 구원으로 1.38의 방어율을 기록했다. 지난 8일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서 2실점했지만, 이후 3경기서는 무실점으로 잘 던졌다. '큰 경기'와 구원등판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 정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엄정욱 뒤에는 최강 불펜이 버티고 있다. 정우람 정대현 이승호 박희수 등 필승조는 4차전서 휴식을 취하며 5차전서 전력 투구를 할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물론 김광현이 5회 이상 버텨주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엄정욱을 마무리로 쓰고, 경기 상황에 따라 불펜진의 활용폭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라도 롯데보다는 마운드 운용에 있어 한층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게 SK의 승리를 예감케 한다.
타선은 전반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게 사실이다. 특히 최 정과 박재상의 컨디션이 좋지 않다. 하지만 박재상은 4차전서 9회 롯데 김사율로부터 우익수쪽으로 라인드라이브 2루타를 날리며 감을 잡았다. 최 정은 찬스에서 좀처럼 적시타를 날리지 못했지만, 이제는 컨디션을 찾을 시점이 됐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진단이다. 포스트시즌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온 1번 정근우와 4번 박정권이 제 역할을 해준다면 SK는 충분히 4~5점을 뽑을 수 있다.
무엇보다 SK는 대다수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풍부하다. 어려운 상황에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롯데보다 월등하다. 수비와 주루 등 미세한 부분에서의 경기력은 슬럼프가 없다는 점을 다시 떠올릴 필요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