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은 없다.'
롯데와 SK의 플레이오프가 '강철 포수' 시리즈로 불리고 있다. 4경기를 치르는 동안 두 팀 모두 단 한 번도 선발 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롯데 강민호와 SK 정상호는 4차전까지 수비에서 전 이닝을 뛰었다. 두 포수 각각 팀이 소화한 36이닝 동안 마스크를 썼다. 강민호의 경우 지난 19일 3차전 9회초 공격때 대타 박종윤으로 바뀐 적이 있지만, 수비에서는 주어진 이닝을 모두 소화했다. 보통 포스트시즌이라 하더라도 경기 후반 백업 포수를 기용해 주전 포수의 체력을 관리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매 경기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면서 주전 포수를 쉬게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 1~4차전 모두 3점차 이내에서 승부가 갈렸다. 백업 포수인 롯데 장성우와 SK 허 웅에게 출전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상호의 경우 KIA와의 준플레이오프 4경기에서도 전 이닝을 소화했다. 베테랑 포수 박경완이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올시즌 데뷔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한 정상호는 공격형 포수로 각광을 받아오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수비에서도 주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는 강민호는 올시즌 타율 2할8푼9리, 19홈런, 66타점으로 공격에서 변함없는 활약을 이어갔다. 올시즌에는 포수로서의 능력도 일취월장했다. 투수리드와 블로킹, 도루저지 뿐만 아니라 경기를 보는 시야도 한 단계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가 플레이오프 4경기에서 팀방어율 2.75로 SK(3.00)보다 좋은 기록을 낸 이유중 하나가 바로 강민호 덕분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두 선수의 플레이오프 4경기 성적은 엇비슷하다. 강민호가 타율 2할1푼9리 1홈런 2타점, 도루저지율 6할6푼7리(6도루시도중 4번 저지), 정상호는 타율 2할5푼 1홈런 1타점에 도루저지율 4할2푼9리(7도루시도 3저지)를 기록중이다.
22일 5차전에서도 강민호와 정상호는 변함없이 선발 마스크를 쓴다. 둘 모두 경기가 한 팀의 일방적인 흐름으로 가지 않는한 끝까지 안방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