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 문학구장. 3차전을 승리하며 2승1패로 우위를 점한 SK 덕아웃은 활기찼다. 그 중심엔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있었다. 이 감독은 취재진과 유쾌한 대화를 나누며 덕아웃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가세해 대화가 무르익어 가는 상황. 이 감독은 수비 훈련을 준비하고 있는 최 정을 불러세웠다.
이 감독: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정아, 너 이리 좀 와봐라.
최 정: (그라운드로 나서다 멈춘 뒤) 네? 저요?
이 감독: 그래, 여기 와서 앉아봐.
이 감독의 말에 최 정은 영문도 모른채 덕아웃으로 들어와 이 감독의 옆에 앉는다. 수많은 취재진이 어색한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감독: (최 정의 손을 꼭 붙잡고) 정아, 어제 경기 전에 힘을 너무 뺀 것 같다.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잘 해야 한다. 잘 부탁한다.
최 정: 네….
이 감독: (짧게 대답한 최 정이 어색해보였는지) 정아, 입 바른 소리가 아니고, 넌 대한민국 최고의 3루수다. 내가 예언하나 할게. 오늘 경기 히어로는 너다.
최 정: 아, 네….
이 감독: (최 정이 별다른 이야기를 안하자 살짝 당황한듯) 그리고 경기 때 몸에 맞는 볼이 유독 많은데, 많이 맞지 마라. 살짝 맞는 건 괜찮고.
최 정: 네….
최 정은 수많은 취재진에 기가 죽은건지 이 감독의 말에 계속 '네'라는 답만 했다. 이때 보다 못한 양 위원이 끼어들었다.
양 위원: 정이는 긴장을 너무 많이 하더라. 미디어데이 때 땀 삐질삐질 흘리는 것 다 봤다.
최 정: (정색하면서) 아, 식은땀 안 흘렸어요.
이 감독: 그래, 그래. 계속 훈련해라. 오늘 파이팅이다.
최 정은 훈련을 위해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 감독은 "정이가 어젠 1시간 넘게 혼자 훈련해서 힘을 다 뺐다. 오늘은 푹 쉬었으니 잘 칠 것"이라며 웃었다. 최 정이 이 감독의 바람대로 4차전 히어로가 될 수 있을까.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