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주장 홍성흔은 묵언수행 중이다. SK와의 플레이오프 1, 2차전이 열리는 동안 덕아웃에서 기자들과 단 한 차례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정규시즌에는 최고의 입담으로 기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그이기에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홍성흔은 "우리가 포스트시즌 3수생이지 않나. 아무래도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조금은 들뜬 분위기였다. 올해는 조금 더 차분한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르자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런 홍성흔의 의지는 그라운드 위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특히 생각지도 못했던 홍성흔의 깜짝 도루가 경기 분위기를 바꿨다. 홍성흔은 17일 열린 2차전에서 6회말 2사 후 좌전안타를 치고 나간 뒤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르는 2루도루를 성공시켰다. 이어 터진 강민호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효과 만점이었다. 2-0에서 3-0으로 달아나는 쐐기점. 전날 열린 1차전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앞서다 결국 역전을 허용하며 패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의미있는 점수였다.
1차전에서도 도루 1개를 기록, 정규시즌에서 기록한 도루 2개와 타이를 이루게 됐다. 팬들이 보기에는 "도루 2개가 별 것인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부상 위험이 따르고 체력 소모도 평소보다 커진다. 하지만 팀 승리를 위해 한몸 바치기로 했다. 자신이 궂은 플레이를 하며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후배 선수들에게 그 어떤 말 한마디 보다도 강력한 메시지가 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홍성흔은 "내가 홈런, 안타를 쳐 승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주장으로서 선수들이 최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팀 분위기는 최고다. 이대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