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점 자판기 소리 싫었다."
마지막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은 좌절됐지만 팀으로서 자존심마저 무너질 수 없다는 절박함이 6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상주는 16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의 K-리그 28라운드 경기에서 3대1 승리를 거뒀다. 8월 13일 광주전 이래 2개월만에 거둔 짜릿한 승리다. 상주는 전반 6분 박성호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28분 고차원의 골을 시작으로 32분에는 김치우, 36분에는 김철호가 릴레이골을 성공시켰다. 상주는 경기 내내 대전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하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감독은 "다른 팀들과 언론으로부터 승점 자판기 소리 나오는게 싫었다. 각 팀에서 괜찮은 선수들이 모였는데 이렇게 무너지면 안된다고 자존심을 긁었다"고 했다. 사실 상주는 김정우, 조용태 등 핵심 전력이 전역하며 정상 전력이 아니다. 엔트리조차 짜기 힘든 상황이다. 대전전에서는 유일한 중앙수비수 김치곤이 징계를 당해 왼쪽 수비를 보는 김치우가 센터백에 설 정도였다. 상황은 바닥이지만 의지만큼은 놓지 말자고 했다. 선수들도 잇딴 패배에 자존심이 상할데로 상해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의 의지가 강했다. 비록 먼저 실점했지만, 바로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를 이끈 것이 주효했다. 무엇보다 이기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경기였다"고 했다. 김 감독 역시 대전전에 의지를 보인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현역시절 대전맨이었다. 대전에서 선수생활의 시작과 끝을 경험했다. 김 감독은 "대전은 나에게 특별한 곳이다. 프로 선수 생활의 시작과 끝을 한만큼 애정이 있다. 그래서인지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상주도 승부조작으로 힘들었지만, 대전도 힘들었다. 다시 예전처럼 대전에 많은 팬들이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11월에 있을 결혼 준비가 잘 안되고 있다고 할만큼 선수들을 다독이는데 집중하는 김 감독은 "마지막 홈경기에서 이겨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며 마지막 자존심을 강조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