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못하면 죽겠다는데 어쩌겠어. 시범경기라고 생각하라고 했지."
SK 에이스 김광현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로 출격할 예정이다. 그는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7경기서 4승6패 방어율 4.84. 팀의 에이스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의 성적치곤 너무 초라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뒤 갑작스런 안면마비로 비시즌 동안 많은 훈련을 하지 못한 게 컸다. 스프링캠프 막판 급격하게 페이스를 올리다 결국 시즌 내내 고전했다. 7월과 8월에는 망가진 신체밸런스를 잡기 위해 일본 후쿠오카 베이스볼클리닉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신생구단 NC의 가을캠프가 한창인 전남 강진에서 얼마전까지 김광현의 재활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최일언 코치를 만날 수 있었다. 최 코치는 지난 2006년부터 SK에서 투수코치 역할을 맡았다. 1군과 2군을 오가며 선수들을 지도했고, 올시즌에는 2군에서 김광현의 재활을 도왔다. 시즌 종료 뒤 김경문 감독의 러브콜에 NC 초대 투수코치로 적을 옮겼다.
김광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그는 "사실 난 이번 시즌에 복귀하지 않았으면 했다"면서 "그래도 어쩌겠나. 광현이는 복귀 못하면 죽을 것 같다고 하더라"며 미소지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는 그에게서 옛 제자에 대한 애틋함이 보였다. 최 코치는 "죽겠다는 애를 억지로 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1군에서도 에이스인 광현이를 필요로 했다"며 "1주일 재활 코스를 5일로 줄이고, 이걸 또 4일, 3일로 줄여가면서 피치를 올렸다.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인지 잘 따라왔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지난달 20일 부산 롯데전서 복귀했다. 포스트시즌 전까지 총 4경기(2경기 선발)에 나섰다. 통증 없이 공을 뿌렸다. 하지만 문제는 불완전한 밸런스였다. 릴리스 포인트가 들쭉날쭉했고, 전반적으로 공이 높았다. 하지만 마지막 등판이었던 3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달랐다. 4이닝 동안 볼넷 1개 안타 1개만을 허용했고, 12개의 아웃카운트 중 삼진이 7개에 이를 정도로 위력적인 모습이었다.
최 코치는 복귀 후 김광현의 투구에 대해 "광현이를 1군으로 보내면서 '시범경기라고 생각하고 던져라'고 말해줬다"면서 "그래도 좋지 않았다. 생각이 너무 많아 보였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삼성전 때는 내 말대로 한 것 같다. 시원시원하게 던지더라. 그렇게 던져도 제구는 더 좋지 않았나"라며 "광현이는 그렇게 던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어땠을까. 김광현은 이날 4⅔이닝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투구수를 88개에서 끊는 등 무리시키지 않았다. 최 코치는 이날 등판에 대해 "완전치 않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하지만 삼성전 때보다는 못했다"면서 "앞으로 포스트시즌에서 중요한 건 어깨 근육이다. 어깨 근육 회전만 좀더 부드러워지면 된다. 다른 건 충분히 좋다. 이만큼 올라온 것도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SK가 5전3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서 1패 뒤 3연승하면서 김광현은 1주일의 휴식을 보장받게 됐다. 16일 부산에서 열릴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는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질 계획이다. 김광현이 최 코치의 바람대로 편한 마음으로 호투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