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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환 "SK, 5차전 안치러 오히려 좋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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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불리해졌다고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통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팀들이 최종전까지 가 힘을 빼고 오길 바라는 것이 2위 팀의 마음이다. 롯데 양승호 감독 역시 준플레이오프를 지켜보며 "양팀이 5차전까지 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만약 SK가 5차전을 치렀다면 김광현 카드와 필승 불펜조들을 활용해야 했기 때문에 선발진을 최상으로 꾸릴 수 없고 불펜의 구위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단 하루 휴식 후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러야했기 때문에 체력이 고갈되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롯데가 상대적으로 '힘 빠진 SK'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직접 경기를 뛰는 선수의 생각은 달랐다. 프로 13년차로 그라운드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롯데의 맏형 조성환은 "SK가 4차전에서 일찍 끝내고 우리와 맞붙는 것이 우리에게 불리한 것 만은 아니다"라며 "내 생각에는 오히려 잘됐다"고 밝혔다. 의외였다. 정황상 쉽게 납득하기 힘든 말. 더 놀라운 것은 "나 뿐 아니라 우리 팀 대부분의 선수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조성환의 말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조성환은 "모두가 체력적인 부분을 얘기한다. 물론 체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야구는 심리 게임"이라고 강조하며 "SK가 힘을 빼고 오는 것보다 정상 전력으로 부산에 내려오는 것이 우리가 경기를 치르기에는 더 편하다"고 밝혔다.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조성환은 "SK가 힘이 빠진 상태에서 롯데와 맞붙는다는 얘기가 나오면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큰 부담이 된다. 자연스럽게 '정상적인 전력이 아닌 팀에게 질 수 있나'라는 생각을 선수들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며 "'꼭 이겨야 한다', '이 팀한테는 지면 안된다' 이런 생각들 만큼 선수들의 플레이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 자기도 모르게 타석에서 욕심이 생겨 스윙이 커지고, 경기가 쉽게 안풀리면 평소보다 더욱 조급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차라리 '질 수도 있다'라는 가정을 한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시원하게 '힘대힘'의 승부를 벌이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2차전에서 SK가 역전승을 거두는 것을 보고 SK전을 대비했다"고 말한 조성환은 "다른 경기도 아니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가는 팀을 정하는 중요한 경기지 않나. 힘 빠진 SK를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갔다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제대로 붙어 후회없는 승부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우리 뿐 아니라 야구팬들에게도 좋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볼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