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도루 판정 하나가 흐름을 바꿨다. KIA 에이스 윤석민이 무너진 첫 번째 요인은 바로 애매한 도루 세이프 판정이었다.
0-0이던 3회초 SK 공격. 윤석민은 선두타자 김강민을 유격수 땅볼로 잡았지만, 후속 정근우에게 중전안타를 얻어맞았다. 그런데 1루에 나간 정근우가 퀵모션이 다소 큰 편인 윤석민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면서 도루 기회를 엿보다가 결국 2루로 뛰었다.
그러나 이는 KIA 포수 차일목도 대비하고 있던 상황. 차일목은 재빨리 2루 커버를 들어온 유격수 김선빈에게 송구했고, 김선빈은 슬라이딩을 하던 정근우의 다리쪽을 태그했다. 미묘한 타이밍이었지만, 정근우의 손이 2루에 닿는 것보다 김선빈의 태그가 좀 더 빨라 보였다. 그러나 강광회 2루심은 주저없이 세이프를 선언해 버렸다. 결국 이로 인해 윤석민은 크게 흔들리며 볼넷과 연속 2루타로 3실점했다.
정확한 판정도 있었다. 계속된 3회초 2사 2루에서 SK 6번 최동수의 좌전안타 때 2루주자 박정권이 홈까지 내달렸다. 그러나 타구를 잡은 KIA 좌익수 김상현이 빠르고 정확하게 포수 차일목에게 송구하면서 슬라이딩하던 박정권을 태그아웃시켰다. 박정권은 항의했지만, 분명 차일목의 태그가 먼저였다. 최수원 주심이 제대로 봤다.
한가지 더. SK선발 윤희상의 지나친 몸쪽 승부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불과 2개월여 전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아 광대뼈가 함몰되는 바람에 보호용 검투사 헬멧을 쓰고 나온 김상현에게 집요할 정도로 과도하게 몸쪽 승부를 했다. 소스라치게 놀란 김상현이 피하다 목을 삐끗해 고통을 호소하자 트레이너가 나가 스프레이 파스를 뿌리기도 했다. 물론 윤희상 개인으로선 어쩔 수 없는 승부였다고 하겠지만 상대의 가장 아픈 트라우마를 파고드는 장면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