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에서 타깃형 스트라이커는 주로 후반 조커로 사용된다. 경기에서 비기거나 지고 있을 때 높은 타점을 이용해 한방을 터뜨려 분위기를 전환시켜주는 것이 임무다.
1년 2개월여 동안 조광래 A대표팀 감독에게 부름을 받은 선수는 총 세 명. 석현준(20·흐로닝언·1m90) 김신욱(23·울산·1m96) 정조국(27·AS낭시·1m86)이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 모두 조광래호에 녹아들지 못했다. 석현준은 지난해 9월 7일 이란과의 친선경기(0대1 패)에 후반 33분 교체투입됐지만, 제대로 슈팅을 날려보지 못했다. 김신욱은 그나마 오랜기간 A대표팀에서 실험했던 공격수다. 지난해 10월 4일 일본과의 친선경기(0대0 무)부터 올해 초 카타르아시안컵, 3월 25일 온두라스전(4대0 승)까지 조커로 뛰었다. 8월 10일 삿포로 참패(0대3) 때에도 포함됐다. 그러나 6경기에서 기록한 공격 포인트는 전무하다. 정조국은 6월 세르비아전(2대1 승)과 가나전(2대1 승)에서 김신욱 대신 발탁됐다. 고작 뛴 시간은 7분 밖에 되지 않는다. 세르비아전에서 후반 38분 박주영과 교체투입됐다. 자신의 기량을 보여주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동국도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다. 그러나 그도 앞선 타깃형 스트라이커들과 다르지 않았다. 조광래호의 옷을 덧입지 못했다. 7일 폴란드와의 친선경기(2대2 무)에선 45분간 부진했다. 11일 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3차전(2대1 승)에선 후반 10분 남짓 뛰었다. 헤딩슛이 있었지만, 상대 수비수의 압박으로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렇다면 눈을 돌려보자. 이동국을 대체할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있을까. 우선 전제 조건이 수반되어야 한다. 큰 신장을 비롯해 헤딩력, 득점력 등을 두루 갖춘 선수여야 한다. 무엇보다 세대교체를 위해선 나이가 젊어야 한다. K-리그에선 어둠 뿐이다. 그나마 고무열(21) 박기동(23) 김동섭(22·이상 광주) 등을 후보로 뽑을 수 있겠지만, 아직 기량이 A대표급에 못 미친다. 게다가 용병 공격수들이 주를 이루는 K-리그에서 국내 공격수들은 씨가 말라가고 있다.
조 감독의 고민은 계속 늘어간다. 이동국이 소속팀으로 돌아가 다시 골폭풍을 몰아칠 경우 대표팀에 기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이동국 만한 득점력과 대표팀 경험을 가진 스트라이커가 없기 때문이다. 포스트 이동국을 찾기란 '코끼리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이 힘든 상황이다. 조 감독은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