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조광래호에 입성했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K-리거들이 많다. 해외파들이 굳건히 주전멤버로 중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파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질 않는다.
이번 7일 폴란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A매치 2연전에서도 잊혀질 선수가 보인다. '광주의 아들' 이승기(23·광주FC)다.
이승기는 지난달 조광래호에 깜짝 승선했다. A대표팀 발탁을 앞둔 2경기에서 연속골을 터뜨리며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승기는 프리시즌 당한 발목 부상으로 올시즌 초반 전력에서 한달 정도 이탈했다. 그러나 팀에 합류한 뒤 곧바로 진가를 드러냈다. 최만희 광주 감독의 지도 속에 팀 공수를 조율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 K-리그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강력한 경쟁자는 올림픽대표 고무열(포항). 고무열은 정규리그에서 7골-1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소속팀 프리미엄까지 안고 있어 8골-2도움의 이승기보다 한발 앞서 있는 모양새다. 이승기도 기회는 잡았다. 생애 첫 A대표팀에 발탁됐다. 고무열도 7일 지난달 오만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2대0 승)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5대1 승)에서는 출전하지 않았다. 이승기가 대표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치느냐에 따라 신인왕 레이스에서 앞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승기는 폴란드전에 이어 UAE전까지 뛰지 못할 전망이다.
그렇다고 실망은 이르다. 조 감독의 칭찬때문이다. 조 감독은 일주일간의 훈련에서 이승기의 발전 가능성을 봤다. 축구 지능이 뛰어나고 영리한 플레이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았음에도 A대표팀 훈련에 어색해하지 않고 잘 적응한다고 극찬했다.
또 빠른 스피드가 '조광래 축구'와 궁합이 잘 맞는단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능력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측면 백업요원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조 감독의 생각이다. 주전으로 도약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계속해서 A대표로 살아남을 수 있는 눈도장은 충분히 받았다. 그의 꿈은 끝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