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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차일목이 본 윤석민 "어제가 최고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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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어제가 최고였다고는 할 수 없죠."

투수의 구위는 그 공을 받는 포수가 가장 잘 안다. 당연한 이치다. 정면시야에서 투구의 궤적을 파악할 수 있고, 미트에 꽂히는 공의 묵직함으로 볼끝을 판단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 어떤 투수의 피칭에 관해 알려면 포수에게 물어보면 된다.

KIA 에이스 윤석민은 지난 8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SK 에이스 김광현과의 '에이스 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그러나 윤석민은 경기 후 "오늘 피칭은 올해 전체로 보면 두 번째 정도였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SK타자들이 "마치 마구같았다"며 혀를 내둘렀고, KIA 조범현 감독도 9일 "어제 윤석민의 슬라이더는 알고도 못치겠더라"고 극찬했지만, 윤석민 본인은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윤석민의 공을 시즌 내내 받아왔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완투승을 합작해낸 포수 차일목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을 앞두고 차일목에게 전날 윤석민의 구위에 대해 물었다. 윤석민이 "올해 두 번째 정도였다"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차일목으로부터 돌아온 답은 윤석민의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밀히 말해서 어제 구위가 최고는 아니었어요". SK 타자들이 들으면 속이 터질 소리다. 9회까지 이닝당 고작 12개 정도의 투구수를 기록하며 완투승을 거둔 배터리가 "최고의 구위는 아니었다"고 하다니. 하지만, 차일목의 설명을 들으니 수긍이 간다.

차일목은 "윤석민의 올 시즌 최고 절정투구는 6~7월에 걸쳐 나왔다. 그 당시에는 거의 모든 구종이 스피드나 볼끝, 제구력에서 최고였다. 그러나 어제는 슬라이더가 좋긴 했지만, 직구 구위는 다소 좋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차일목에 의하면 윤석민의 직구가 최고였을 때는 미트가 뒤로 밀리는 느낌이 나면서 타자들이 손도 못내민다고 한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윤석민의 직구는 최고구속이 150㎞까지 나왔어도 볼끝의 힘이 다소 떨어져 있었다. 1회말 선두타자 정근우의 초구 안타도 직구(시속 147㎞)를 던지다 내준 것이었다. 이 안타 이후 윤석민과 차일목 배터리는 긴장도를 높이면서 투구패턴을 슬라이더 위주로 바꾸게 된다.

윤석민 역시 차일목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윤석민은 "시즌 최고는 어느 특정경기라기 보다는 6~7월의 내 모습이었다"고 했다. 윤석민은 6~7월에 걸쳐 8연승을 거뒀고, 완봉승도 3회(9이닝 완봉 2회, 6이닝 강우콜드 완봉 1회)나 수확하면서 극강모드를 보여줬었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