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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거나 덤덤하거나, PS 초년병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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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준플레이오프에는 유독 새 얼굴이 많다.

데뷔 후 처음으로 큰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설레는 마음에 밤잠을 설친 이도 있었고, 정규시즌 마냥 덤덤한 이도 있었다.

SK는 시즌 막판 주전들이 부상이 끊이지 않았다. 때문에 소중한 첫 경험을 갖게 된 선수들도 많다. 박희수 윤희상 최윤석 임 훈 허 웅이 그 주인공. 이중에서 임 훈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엔트리 발탁에 이어 1차전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하는 감격을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은 담담한 모습이었다. 경기 전 만난 그는 "원래 잘 떨지 않는 스타일이다. 개막전 때도 안 떨었다"면서 "잠도 푹 잤다. 이런 성격이 큰 경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어색함도 있었나보다. 임 훈은 "인터뷰가 너무 많아서 좀 그렇다"며 황급히 덕아웃을 떠났다.

주전 포수 정상호의 뒤를 받치게 된 허 웅은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연습생에서 신고선수로, 또 정식선수까지 전환되는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냈다. 허 웅은 "1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특별히 떨고 그런 건 없다. 올해 나에겐 매경기가 플레이오프였고, 한국시리즈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나보다. 그는 "사실 긴장이 안된다면 거짓말"이라며 "매경기 바짝 긴장하고 경기에 나서는데 오늘은 조금 더 긴장된다"며 미소지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탈락했던 최윤석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는 "오히려 시즌 때보다 안 떨린다. 재밌을 것 같다"면서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한다. 우리 팀엔 (박)진만이형이 있으니까 뒤를 잘 받치겠다"고 밝혔다.

올시즌 SK 불펜진의 핵심으로 떠오른 왼손투수 박희수는 의연한 모습이었다. 박희수는 "처음이라 그런지 영광스럽다. 하지만 평소와 특별히 다른 건 없는 것 같다"면서 "이틀 전까지 KIA와 경기를 해서인지 계속 정규시즌 같다. 좋았던 패턴을 계속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평소와 똑같이 준비했다"고 말했다. 맡은 역할이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짧게 던지든, 길게 던지든 팀이 필요로 할 때 보탬이 되고 싶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KIA 덕아웃에선 심동섭과 홍재호가 눈에 띄었다. 심동섭 역시 KIA 불펜진에 없어서는 안될 왼손투수. 경기 전 덕아웃에서 만난 그는 로페즈와 서로의 엉덩이를 때리는 등 평소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 그대로였다. 데뷔 2년차에 첫 포스트시즌 출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한 여유. 심동섭은 "막내라고 잘 하라는 의미에서 장난친 것 같다"며 "원래 긴장을 안 하는 성격이다. 시즌 때와 똑같은 느낌"이라고 씩씩하게 말했다. 곧이어 "부모님이 나보다 더 좋아하셨다. 주위에서 다들 축하한다고 말한다. 지금 이 분위기가 좋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재호는 다른 선수들과 달리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이 안 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잠들었다고. 그는 "(엔트리 합류는) 전혀 예상도 못했다. 감격스럽다. 대학시절 정기 고연전 이후로 큰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면서 "(이)범호 형이 몸이 안 좋아서 내가 뽑힌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선배들 뒤를 받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