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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전 현장분석]이동국 나온 뒤 팀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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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전북)을 뒤늦게 A대표팀에 뽑으면서 조광래 감독은 두 가지를 생각했다. 하나는 올시즌 가장 뜨거운 K-리거인 이동국을 데려와 새로운 전술을 시험하는 것, 또 하나는 다른 선수들에게 신선한 경쟁의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7일 폴란드와의 평가전에서 이동국은 전반 45분만 뛰고 나왔다. 팀은 0-1로 리드당하고, 스코어 뿐만 아니라 경기 내용도 아쉬움이 컸다. 불합격이다.

왜 정규리그에서 16골-15도움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는 이동국이 K-리그에서 만큼 대표팀에서 뭔가를 해주지 못할까.

첫째, 생각보다 폴란드는 강했다. FIFA랭킹 65위는 최근 국제대회에 자주 나오지 못해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프란시제크 스무다 폴란드 감독의 말에 수긍이 갔다.

7일 폴란드와의 평가전에 조 감독은 '동(지동원)-동(이동국)-주(박주영) 트리오'를 공격 최전방에 세웠다. 지금까지의 제로톱 전술과는 완전히 다른 공격패턴이었다. 제로톱은 확실한 중앙 공격수 없이 전방에 자리잡은 은 2~3명의 공격수가 전후좌우로 자리를 바꿔가며 공간을 만드는 전술이다. 상대의 압박과 수비를 뚫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무엇보다 확실한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없는 현실을 감안해 발전시킨 전술이었다.

이동국이 뛰어난 활약을 펼치자 조 감독은 새 전술에 욕심이 생겼다. 이동국을 붙박이로 세우고 남태희까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밑을 받치게 했다. 좌우는 박주영과 지동원이 맡는다. 이런 마름모꼴 공격패턴은 움직임을 줄여 체력을 세이브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격조합 뿐만 아니라 수비, 미드필드까지 변화시킨 새 조합은 숙제만 잔뜩 안았다.

경기 시작부터 중원의 움직임이 꼬이면서 전반내내 답답했다. 폴란드는 지난달 멕시코,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1대1, 2대2로 비겼다. 폴란드의 경기력은 미드필드의 압박에서 나온 듯 했다.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출전한 윤빛가람과 기성용은 힘좋은 상대 미드필더들에게 막혀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원을 빼앗기다 보니 곽태휘-홍정호 중앙 수비, 오른쪽 측면의 이재성, 왼쪽 측면의 홍 철의 수비라인 조직력도 기대하기 힘들었다. 홍 철은 거의 하프라인까지 진출해 있는 경우가 많아 측면 수비는 더 힘겨웠다.

특히 A대표팀 경험이 1경기에 불과한 이재성은 자리를 잡는데 적잖은 문제를 드러냈다. 전반 29분 브와쉬치코프스키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상황에서도 상대의 속이는 동작에 쉽게 무너지면서 결정적인 슈팅을 허용했다.

후반 들어 이동국이 교체아웃되고 젊은 선수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조광래호 원래의 경기 모습이 살아났다. 패스와 속공, 스피드가 쑥쑥 올라갔다. 이동국 대신 손흥민이 투입됐고, 지동원이 중앙 공격수로 올라갔다. 윤빛가람과 기성용을 대신해 이용래와 구자철이 들어갔다. 남태희 대신 투입된 서정진 역시 A매치 데뷔전이었는데 박주영의 동점골과 두번째골을 연거푸 어시스트했다. 서정진은 공격형 미드필더와 처진 스트라이커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순간적인 스피드와 패스 감각은 조 감독이 남태희에게 기대했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경기 결과는 2대2 무승부. 아쉬움이 남았지만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조 감독은 많은 선수들을 시험 투입하면서 11일 열릴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브라질 월드컵 3차예선 경기를 대비하려 했다. 선수들을 무더기로 교체하다 보니 전반과 후반은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전반보다는 후반의 역동성이 인상적이었다. 후반 38분 교체 투입된 수비수 조병국이 볼을 걷어내려다 실수해 동점골을 내준 것은 정말 뼈아픈 장면이었다. 조 감독의 수비라인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