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꿈만 같았어요. 이 말로 밖에는 더이상 설명이 안돼요."
1군 무대 타석에 처음으로 나서는 순간. 그 느낌은 어땠을까. 설명을 부탁하니 목소리부터 떨리기 시작했다. "정말 꿈을 꾸는줄 알았죠. 삼진을 당하고 내려왔는데 손이 덜덜 떨렸어요. 하지만 행복했습니다."
한화에 20대2 대승을 거두며 롯데의 2위가 확정된 4일 부산 사직구장. 경기가 기울어지자 롯데 양승호 감독은 8회말 황재균 대신 한 선수를 대타로 투입했다. 낯선 이름과 등번호가 유니폼에 새겨져 있었다. 54번 김민하. 이미 롯데가 대승을 앞둔 상황에 흥겨웠던 팬들은 삼진이든 안타든 크게 신경을 안썼겠지만 이 선수에게 이 삼진은 너무나도 소중했다.
중앙대를 졸업한 외야수 김민하는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어렵게 신고선수로 롯데에 입단했다. 하지만 뛰어난 타격자질로 2군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렇게 2군 올스타전인 퓨처스올스타전에 출전기회를 얻었고 홈런레이스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그렇게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런 김민하가 1군 무대에 섰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던게 있었다. 신고선수는 2군 경기에는 출전할 수 있지만 1군 경기에는 출전할 수 없다는 사실. 어떻게 된 것일까. 김민하는 "4일 오전 훈련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1군으로 올라오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깜짝 놀랐죠"라고 얘기하며 "사직구장에 도착해서 구단 사무실로 갔어요. 거기서 저를 정식선수로 등록시키겠다는 얘기를 들었죠. 새로운 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라며 감격해했다. 연봉이 400만원 올라서가 아니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정식 프로선수가 되는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이었다.
신고선수가 정식선수로 등록되는 과정은 얼마나 험난할까. 롯데 배재후 단장은 "매년 10명 정도의 신고선수가 들어오는데 정식선수가 되는 선수는 2~3년 안에, 즉 20~30명 중 1명 정도 나온다"며 "김민하의 경우 자질이 매우 뛰어나다는 평가를 보고받고 정식선수 등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부모님께서 이 소식을 듣고 난리가 났다"며 흐뭇하게 웃은 김민하는 "양 감독님께서 '차근차근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라'라는 조언을 해주셨다"고 했다. 그도 잘 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가면 확대 엔트리가 다시 축소되기 때문에 그에게 주어진 기회는 한화와의 마지막 3연전 뿐이다. 하지만 김민하는 "내 꿈을 이루는데 이제 한 단계 올라섰을 뿐이다. 아쉬운 마음은 없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꼭 1군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