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네요."
4일 전화기 넘어로 들려온 이승기(23·광주FC)의 목소리는 지쳐있었다.
하루종일 긴장한 탓이다.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단 설레임과 소집에 대한 부담감으로 전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단다. "아직 적응이 안되네요. 선배들도 잘 모르는데 혼자 방까지 쓰니 더 친해질 기회가 없어요."
모든 것이 어색함의 연속이다. 이미 A대표팀을 경험한 박기동과 올림픽대표 김동섭에게 들은 대표팀 적응 노하우도 무용지물이었다. 피부로 느낀 A대표에 대한 어색함이 이렇게까지 클 줄 몰랐다. 첫 훈련을 어떻게 소화했는지도 모를 정도다. "소속팀에선 이제 틀에 잡혀진 훈련을 하지만 여기선 새로 접하는 것들이라 신기하고 어색하기만 하다"고 했다.
조금이나마 긴장감 해소에 도움이 된 것이 있었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의 '아빠 미소'였다. 방배정이 끝난 뒤 일일이 방을 찾아 선수들과 일면식을 가진 조 감독은 이승기에게 "열심히 하라"고 말한 뒤 인자한 미소를 건넸다. 바짝 긴장했던 이승기의 마음이 조 감독의 소탈한 모습에 살짝 녹아내렸다.
오랜 친구 기성용(셀틱)과의 해후도 도움이 됐다. 5년 만이다. 이승기는 호주 유학을 다녀온 기성용과 잠시 금호고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2007년 졸업 이후 처음 만나는 것이다. 이승기는 기성용에게 이것저것 물었다. 그러자 기성용도 선배들과 빨리 친해지는 것을 대표팀 적응 키워드로 꼽았단다.
이승기는 일생일대 목표를 이뤘다.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욕심이 더 생긴단다. 그는 긴장감, 어색함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출전 기회를 잡게 될 지 모르겠지만,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희생이란 단어는 이미 소속팀에서 배워왔다. 대표팀에서 적극 살려보고 싶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