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에 대한 생각, 바꿔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삼성 류중일 감독이 정규시즌 MVP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홈경기였던 3일 대구 SK전을 앞두고 만난 류 감독은 "과거 MVP는 홈런왕, 다승왕이 1순위였다. 이제 그런 선수를 미는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고정관념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팀 내 MVP 후보인 오승환과 최형우를 두고 나온 말이다. 지난 95년부터 지난해까지 MVP는 모두 홈런왕이나 다승왕의 차지였다. 김상호(95) 이승엽(97,99,2001~2003) 우즈(98) 박경완(2000) 김상현(2009) 이대호(2010)가 홈런왕 출신 MVP였고, 구대성(96) 배영수(2004) 손민한(2005) 류현진(2006) 리오스(2007) 김광현(2008)이 다승왕 출신 MVP였다. 프로야구 30년사에 홈런과 다승왕이 아닌 선수가 MVP를 수상한 경우는 87년 장효조, 94년 이종범 뿐이다. 둘은 수위타자로 MVP의 영예를 안았다.
류 감독은 "MVP는 가치로 평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이 맞다. MVP는 'Most Valuable Player'의 약자다. 가장 높은 가치를 보인 선수에게 수상하는 것이 맞다. 홈런이나 다승이 가치의 전부는 아니다. 류 감독은 오승환의 '꾸준함'과 최형우의 '시련 뒤 성장'을 둘의 가치로 꼽았다. 그는 "승환이는 아프지 않고 시즌 내내 묵묵히 팀 승리를 지켜냈다. 블론세이브가 1개 있기는 하지만, 그 경기도 패배가 아닌 구원승이었다. 팀에 대단한 가치"라고 했다.
오승환이 등판한 54경기서 삼성이 52승2무의 성적을 거뒀다. 정규시즌 1위의 원동력으로 볼 수 있다.
최형우는 사상 최초로 방출 경력 홈런왕, MVP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2002년 삼성에 입단했지만 1군에서 단 6경기 출전에 그쳤다. 2005년 10월 방출된 뒤, 상무 입대마저 실패했다. 마침 경찰 야구단이 창단하면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는 2007년 2군에서 타격 7관왕에 오른 뒤 삼성 유니폼을 다시 입었다. 올시즌 최형우는 지난해 타격 7관왕 이대호를 제치고 홈런(30홈런)과 타점(114타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류 감독은 "최형우가 MVP로 뽑히면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다. 올해 이대호 급으로 성장하지 않았나"라며 미소지었다. 그는 "사실 프로에서 방출된다는 건 더이상 가치가 없다는 의미다. 야구를 관둘 뻔 했지만, 당당히 삼성의 4번 타자로 돌아왔다. 자신의 가치를 입증한 것"이라고 평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