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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전의 '최초' 만석 신경전, K-리그 발전 밑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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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라는 단어에는 남들이 하지 못한 일을 처음으로 해냈다는 '뿌듯함'이 녹아들어있다. 자부심을 느낄만한 일을 처음으로 해냈을 때 '최초'를 사용래 그 의미를 강조한다.

이 때문에 민감하다. 그 전에 그럴 일이 있었는지 주도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 자칫잘못하다가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서로 자신들이 최초라고 주장하는 일들이 많았다. 이른바 최초 논란이다. 최근 K-리그에서도 최초 논란이 일고 있다. 수원과 대전이 논란의 당사자들이다.

발단은 수원이 3일 내보낸 보도자료였다. 수원은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 만석, K-리그 '새지평'열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서울과의 K-리그 27라운드 홈경기가 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4만4537명의 관중이 운집해 수용인원 4만3959석을 넘겨 만석을 기록했다. 매진이었다. 수원은 'K-리그 최초로 월드컵경기장 완전 매진을 기록했다. 10개의 월드컵 경기장을 통틀어 최초 만석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밝혔다. A매치에서 만석은 종종 있었지만 K-리그에서 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운 것은 처음이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축구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최초 만석은 수원이 아닌 대전이라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대전도 자신들이 최초의 K-리그 월드컵경기장 만석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대전 관계자는 "K-리그 최초의 월드컵경기장 만석은 2003년6월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과 울산의 경기"라며 "당시 4만535석이 정원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 4만3077명이 모여들었다. 우리가 수원보다 8년 먼저 만석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에 수원은 "당시 대전은 2002년 한-일월드컵 1주년을 기념해 붉은색 옷을 입은 어린이들은 무료 입장시켰고 부모님들도 50% 할인이었다. 그래서 대전이 만석은 기록했지만 매진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진정한 'K-리그 최초의 월드컵경기장 만석'은 매진을 기록한 우리의 몫이다"고 반박했다.

물론 K-리그 최초의 월드컵경기장 만석을 두고 수원과 대전이 펼치는 신경전을 놓고 굳이 시비를 가릴 필요는 없다. 재미있는 해프닝이다. 이런 신경전이 K-리그에서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앙숙인 수원과 대전 사이에서 발생한 신경전이기에 값어치가 있다.수원과 대전의 앙숙 관계는 또 다른 K-리그 흥행카드였다. 두 팀이 앙숙인 것은 원정 징크스와 선수 이적 역사때문이다. 수원은 2003년 이후 수원은 상대로 13경기 연속 무승 징크스에 시달렸다. 2007년 3월 자신들의 홈에서 열린 대전과의 개막전에서 2대1로 승리하며 간신히 징크스에서 탈출했다. 대전월드컵경기장 무승 징크스는 더 오래 남아있었다. 2003년 5월 대전 원정경기에서 0대2로 진 이후 2010년까지 수원은 대전 원정만 가면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8시즌 동안 12경기에서 4승8무를 거두는데 그쳤다. 올해 6월25일 대전에서 수원이 3대1 승리를 거둘때까지 이 징크스는 계속 사람들 사이에 회자됐다. 물론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대전 역시 2005년 이후 수원월드컵경기장만 가면 승리를 맛보지 못하는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

선수들간 이적 역사도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2006년 시즌 중 대전의 별 이관우가 수원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이관우는 수원 이적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팀의 재정난 해소를 위해서는 이관우가 떠나야만 했다. 대전 팬들은 떠나는 이관우의 행운을 빌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6개월 후 대전 팬들을 폭발하게 만든 사건이 터졌다. 배기종이었다. 대전 연습생 출신 배기종은 2006년 말 우여곡절 끝에 수원으로 이적했다. 그 사이 태업이니 출전거부니 여러가지 말들이 많았다. 대전팬들로서는 배기종도, 그런 배기종을 데려간 수원도 곱게 보일리 없었다.

반대의 사례도 있다. 수원의 레전드 감독인 김 호 감독과 고종수는 2007년 대전의 옷을 입으며 양 팀 팬들 사이에 회자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양 팀 관계가 조용하다. 수원과 대전의 격차가 좀 더 벌어져 경기가 심심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양 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이번 신경전은 양팀의 앙숙 관계를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다음 맞대결에서는 서로 더욱 으르렁거리게 됐다.

프로스포츠는 이야깃거리의 연속이다. 심하지 않는 범위안에서는 경기 외적인 갈등도 있어야 한다. 외국에서도 경기를 앞두고 감독과 선수들끼리 설전을 펼치며 분위기를 띄운다. 우리 K-리그라고 못할 것은 없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