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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의미가 달라졌다, 대우받을 자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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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5위 팀에게 뭔가 보상을 해줘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올시즌이다.

프로야구는 예년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화, LG, 두산이 시즌 막판까지 단기전 치르듯이 야구를 하고 있다. 덕분에 예년 같으면 썰렁했어야 할 정규시즌 막판의 야구장에 관중이 상당히 많다. 두산과 LG는 벤치클리어링까지 벌였고, 한화 한대화 감독은 체크스윙 판정 때문에 강력히 항의하며 승리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물론 팀마다 사정이 있다. 한화는 최소 6위 이상을 위해 선수단이 결의를 다졌다는 후문이다. 2년 연속 꼴찌에서 단숨에 벗어나고, 동시에 하위팀도 신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시즌 막판까지 증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두산은 지난 주말 LG전에 니퍼트와 김선우를 투입했다. 특히 김선우의 경우엔 9일만의 등판이었다. 김선우를 뒤로 미루면서까지 LG전을 타깃으로 삼은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이유 때문이다. 서울 라이벌과의 마지막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거두고, 궁극적으로 더 나은 순위에 오르겠다는 목표였을 것이다.

LG는 한때 공동선두까지 올랐던 팀이다. 그런 팀이 7위까지 내려앉으면 그야말로 최악의 한시즌이 된다. 결과를 떠나, 어쨌든 LG도 버티려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최하위 넥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정규시즌 4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현 시스템이 고착된 이후로 '5위 경쟁'이란 건 사실상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애써 기를 쓰고 덤벼서 5위를 해봤자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후 신인드래프트에서 순번만 늦춰지는 부작용이 뒤따른다. 과거 "5,6위 보다 차라리 꼴찌가 낫다"는 얘기가 나온 건 신인드래프트때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최근엔 얘기가 달라졌다. '보는 눈'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프로야구가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고, 야구팬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시즌 막판까지 지켜보는 눈이 많아진 것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고 해서 성의없는 플레이가 속출하는 경기를 하면, 해당 팀은 홈팬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게 된다. 다음 시즌을 위해서도 '이기는 습관'을 기르려는 팀들의 의지도 한몫 하고 있다.

이참에 정규시즌 5위 팀에 대한 메리트를 가정해볼 필요도 있다. 과거 잠시 양대리그를 운용할 때였다. 어느 한쪽의 2위 팀이 다른 리그 3위보다 승률이 낮을 경우 '준준플레이오프'가 성립됐다. 5개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효과가 있었다.

현 시스템에선 이같은 메리트는 불가능하다. 대신 다소 '발칙한 상상'은 가능하다. 현 규정상 정규시즌 우승팀이 포스트시즌 배당금의 20%를 우선적으로 가져간다. 그후 남은 80%를 종합순위 1~4위 팀이 각각 50%, 25%, 15%, 10%씩 가져가게 된다.

내년부터는 바로 이 포스트시즌 배당금에서 일부를 떼어내 5위 팀에게 주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뛰지 않은 팀이 배당금을 챙긴다는 건 어폐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5위를 위해 노력한 팀에게 뭔가 혜택을 주는 방안을 논의해보는 게 결코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 순서를 단순히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할 게 아니라 '5-8-7-6-4-3-2-1등' 순으로 정하는 것도 한번쯤 상상해볼만 하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