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성적이 부진한 팀의 감독이 되면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거에요."
지난 1일 은퇴식을 한 김재현(전 SK)에 대해 팀동료였던 카도쿠라 켄(전 삼성)이 뜨거운 마음을 표현했다. 카도쿠라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SK에서 김재현과 같은 유니폼을 입었다. 그동안 둘은 특히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 때문에 특별히 한 가지 추억만 꼽는 건 어렵지만 그의 리더십은 아주 뛰어났어요."
카도쿠라는 SK가 작년까지 좋은 성적을 낸 이유 중의 하나로 김재현의 존재를 꼽는다. "경기 전 훈련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선수만의 미팅을 합니다. 그 자리에서 주장 김재현은 꼭 전날을 반성하고 오늘은 어떻게 이길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지난 경기의 좋지 않은 플레이에 대해서 해당 선수의 실수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선수에게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고 그런 말을 전합니다. 또 연승 중일 때도 결코 방심하지 말고 전력으로 플레이 하자는 의식을 심고 있었어요."
주장 김재현. 카도쿠라는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 중의 감독'이라고. "김재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김성근 감독님이 말하고 싶을 것 같은 내용을 대변하고 있었어요. 감독님이 미팅을 하려면 장소를 준비해야 하는 등 일이 번거로워지지만 그가 선수들에게 말하는 것으로 감독님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전달됐습니다."
주장으로서 팀을 이끈 김재현이었지만 그 역시 한 선수로서 부진 때문에 고민할 때도 있었다. 카도쿠라는 그런 모습도 보고 있었다. "2010년 초반 김재현은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스타 선수로서 방망이가 안 맞으니 안타까웠겠지요. 그러나 주장으로서 그걸 남들에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두 살 위고, 외국인선수라는 특수한 입장이었기 때문에 솔직한 심정을 말해줄 수 있었어요. 제가 투수로서 본 볼배합이나 배팅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했습니다."
카도쿠라와 김재현은 팀 동료였기 때문에 공식전에서 맞대결한 적이 없다. 그러나 청백전에서 대결했을 때는 정말 즐거웠다고 카도쿠라는 말한다. "두 세번 정도 대결했는데 서로 웃으면서 상대 심리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시험한 구종에 대해 김재현에게서 어드바이스를 받은 게 아주 큰 도움이 됐어요."
현재 카도쿠라는 왼쪽 무릎 치료를 끝나고 내년 시즌 재기를 향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 카도쿠라에 있어 김재현은 어떤 존재였을까. "후배지만 제 인생에서 큰 존재.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인물은 많지 않지요." 카도쿠라는 언젠가 김재현과 그라운드에서 재회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일본어판 한국프로야구 가이드북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