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극찬한 '아시아 최고의 더비(Asia's top derby)', 그 문이 다시 열린다.
'K-리그 최고의 앙숙' 수원 삼성과 FC서울이 3일 오후 3시30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맞닥뜨린다. '시즌 2'다. 3월 6일 올시즌 첫 만남에서는 수원이 서울을 2대0으로 물리쳤다.
벼랑 끝이다. K-리그는 추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포스트시즌을 눈앞에 두고 있다. 라이벌전에서 눈물은 치명타다. 현실도 아슬하다. 서울은 3위(승점 48·14승6무6패·골득실차 +14), 수원은 4위(승점 45·14승3무9패·골득실차 +14)에 포진해 있다. 수원이 승리하면 순위는 뒤바뀐다. 서울이 웃으면 선두 경쟁의 끈을 바짝 조이게 된다. 희비의 여파는 6강 플레이오프 구도와도 직결된다.
수원은 지난 주 험난한 이란 원정을 다녀왔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보약을 먹었다. 반면 서울은 안방에서 4강 진출에 고배를 마셨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강원도 양구에서 사흘간 합숙훈련을 펼쳤다. 물러설 곳은 없다. 슈퍼매치에서 발을 헛디디면 낭떠러지로 추락한다. 승리의 여신 니케는 과연 어느 팀의 손을 들어줄까. 두 팀의 얼굴인 '빅5 라이벌 구도'를 해부했다.
▶윤성효 VS 최용수 : 냉혹한 승부세계에선 정은 없다
운명이 얄궂다. 윤성효 수원 감독(49)과 최용수 서울 감독대행(40)은 뿌리가 같다. 부산 동래중, 동래고에 이어 연세대 피를 나눴다. 9년 선후배 사이다.
"어릴 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내 말도 잘 따랐고, 가장 아끼는 후배 중 하나다." 윤 감독의 말이다. "대선배의 조언을 많이 받았다. 당시 해주신 한마디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 최 감독의 화답이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윤 감독은 "FA컵 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랐으니 이제 K-리그 순위에 신경 좀 써야겠다"며 자존심을 긁었다. 최 감독은 "수원에서 적절하지 않게 우리를 '그 팀'이라고 표현해 더 동기부여가 됐다. 사생결단의 각오로 이길 것을 확신 또 확신한다"며 맞불을 놓았다.
사령탑은 팀의 얼굴이다. 팀 운영 못지 않게 외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두 사령탑을 입체 분석한 결과, 감독 맛을 먼저 본 윤 감독이 전술 운용에서는 한 수 위였다. 반면 화술, 팬 인지도, 패션 감각, 팀 장악력에서는 최 감독이 더 뛰어났다. 그는 '형님 리더십'으로 화제가 됐다. 총점은 최 감독이 40점, 윤 감독이 36점이었다.
▶스테보 VS 데얀 :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한다
'몬테네그로 특급' 데얀(30·서울)이 새로운 파트너를 맞았다. 마케도니아 출신 스테보(29·수원)다. 스테보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구면이다. 그는 2007~2009년까지 전북과 포항에서 활약했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마의 20골 고지'를 밟은 데얀과 새로운 해결사 스테보의 발끝에 눈길이 쏠린다. 데얀은 올시즌 득점왕을 예약했다. 지난달 24일 대전전(4대1 승)에서 올시즌 두 번째 해트트릭을 작성하며 22호골을 기록했다. K-리그 최고 주포라는 평가에 이견이 없다. 경기당 평균 0.8골대(25경기 출전, 0.88골)의 기록은 K-리그 사상 최초다. 스테보의 화력도 매섭다. 9경기에서 6골을 터트리며 후반기 수원의 대도약을 이끌었다. 지난달 15일 공중볼을 경합하다 머리를 부딪혀 전두골(이마뼈)에 금이 갔다. 이날을 위해 에너지를 비축했다. 타향살이를 하는 둘은 사석에서 절친하다. 골전쟁을 피할 수 없다.
데얀은 스테보와의의 비교에서 우세했다. 골결정력 개인기, 전술 이해도에서 압도했다. 슈팅력은 동점이었고, 헤딩력은 스테보가 나았다. 10점 만점으로 5개 부문을 비교한 결과 총점은 41대38이었다.
▶염기훈 VS 몰리나 : 왼발에 경기 흐름이 달렸다
염기훈(28·수원)과 몰리나(31·서울)는 공통점이 있다. '왼발 마술사'다. 현란한 왼발을 앞세워 경기의 흐름을 쥐락펴락한다. 염기훈은 정규리그에서 8골-11도움, 몰리나는 8골-10도움을 기록했다. 둘 다 포지션이 없다. 왼쪽과 중앙, 오른쪽을 넘나들며 공격 매듭을 푼다. 공격 전술의 핵이다. 토종과 용병(콜롬비아)의 왼발에 두 팀의 운명이 걸렸다. 몰리나는 최근 정규리그 5경기에서 5골-5도움, 염기훈은 3골-3도움을 올리며 가파른 상승세다.
둘을 비교한 결과, 팀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려 놓은 염기훈이 박빙 우위였다. 골결정력과 슈팅력, 패싱력은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개인기는 몰리나, 전술 이해도는 염기훈이 뛰어났다. 다만 전술 이해도에서 점수 폭이 컸다. 몰리나는 팀보다 개인기를 앞세운 플레이에 능하다. 기복이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비해 염기훈은 팀 전술에 녹아들어 자유자재로 볼을 연결하며 공격을 이끈다. 총점은 염기훈이 40점, 몰리나가 39점이었다.
▶마토 VS 아디 : 통곡의 벽, 누가 웃을까
수비라인은 유럽과 남미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토(32·수원)는 크로아티아, 아디(35·서울)는 브라질 출신이다. '통곡의 벽'이다. 견고한 수비력 때문에 공격수들이 울고 간다는 의미다. 마토는 정규리그에서 19경기, 아디는 25경기에 출전했다. 마토는 선이 굵은 플레이를 펼친다. 아디는 전천후 수비수다. 왼쪽과 중앙을 넘나들며 서울의 수비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역량 평가에선 아디가 우세했다. 40대39였다. 그는 대인마크와 스피드에서 마토를 눌렀다. 상대의 웬만한 개인기에 뚫리지 않는다. 상대 역습에도 빠른 발로 커버 플레이를 펼친다. 반면 마토는 스피드가 느려, 뒷공간 침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공중볼 싸움은 1m91의 마토(아디 1m83)가 더 뛰어났다. 몸싸움과 최전방으로 연결하는 패싱력은 동점이었다.
마토와 아디는 수원과 서울을 대표하는 용병이다. 마토는 수원에서 다섯 번째, 아디는 서울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토종들보다 라이벌전의 분위기를 더 잘 알고 있다. 후방에서 얼마나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느냐는 둘의 활약에 달렸다.
▶정성룡 VS 김용대 : 수문장의 자존심 혈투
정성룡(26·수원)과 김용대(32·서울)는 세월의 흔적이 다르다. 김용대는 2006년 독일월드컵 최종엔트리에 승선했다. 이운재(38·전남)의 백업 골키퍼였다. 정성룡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운재를 누르고 한국의 간판 수문장으로 성장했다. 김용대는 구, 정성룡은 신권력이다.
프로는 대표팀과는 또 다르다. 수문장의 자존심 혈투는 라이벌전의 백미다. 이들이 골을 허용하지 않으면 그만큼 승리할 공산이 커진다.
정성룡이 우위다. 순발력과 선방률에서 김용대에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판단력과, 공중볼 장악 능력, 수비 리드는 박빙이었다. 정성룡의 총점은 41점, 김용대는 39점이었다. 경기당 평균 실점률에서도 수원(1.19골·31골/26경기)이 서울(1.35골·35골/26경기)을 눌렀다.
역시 골키퍼는 집중력 싸움이다. 그 끈을 놓으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패전의 멍에를 짊어지게 된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