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보다 좋은 화질의 사진을 뽑아내기 위해 흔히 전문가용으로 불리는 DSLR(일안반사식 렌즈교환형 디지털카메라)을 최신형으로 몇번이나 바꿨고 고가렌즈에도 아낌없이 투자했었다.
이런 장비들을 들고 여행을 가거나 스포츠 경기를 보러 가면, 비록 무거운 장비들 때문에 어깨와 허리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사진을 뽑아낼 수 있다는데 희열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새로운 형식의 렌즈교환식 디지털카메라가 A군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DSLR에서 반사거울을 제외해 보다 컴팩트하게 만들어진 '미러리스 카메라'다.
매번 촬영을 갈 때마다 무게의 압박을 견뎌야 했던 참에 작고 가벼운 렌즈교환식 카메라는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번 여름휴가 때 연인이랑 레저여행을 하는 동안 자신의 DSLR보다 연인의 똑딱이(일반적인 소형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이 더 많다는 사실이 A군의 마음을 흔들었다. DSLR은 둘이서 함께 사진을 찍으려면 삼각대까지 동원해야 했고 래프팅이나 트래킹 등을 할 때 큰 짐이 됐기 때문이다.
미러리스 카메라가 드디어 디카 시장의 최전방에 나설 기세다. 일찌감치 이 시장을 개척 중이던 올림푸스, 소니에 이어 올해 펜탁스가 가세했고 9월 마침내 세계최고의 카메라 업체 중 하나인 니콘이 미러리스 제품을 발표하며 시장공략에 나섰다. 게다가 삼성전자 역시 이런 일본 업체들에 지지 않을 최고 성능의 미러리스 카메라를 발표하며 패권을 노리고 있다.
비교적 뒤늦게 DSLR 시장에 진출했던 소니가 지난 해 미러리스 카메라인 넥스 시리즈를 발표했을 때 사진 애호가들은 깜짝 놀랐다. 경쟁사보다 훨씬 작은 크기와 앙증맞은 디자인에 기존 보급/준프로급 DSLR에 사용되던 센서와 동일한 크기의 센서를 넣고 렌즈의 명가 칼짜이즈의 지원까지 받는다고 했기 때문이다.
국내에 미러리스라는 단어가 넓게 퍼지기 시작한 계기를 만든 소니는 지난 9월 다시 한번 깜짝 놀랄만한 신제품을 발표했다. 기존 NEX-5의 센서를 1610만화소까지 성능을 끌어올리고 사용자 편의 기능을 개선한 NEX-5N과 무려 2430만 화소의 센서에 전문가급 카메라의 조작성을 합친 NEX-7이 그 주인공이다. 소니는 이 제품들과 함께 그동안 유저들 사이에서 불만사항이던 렌즈군을 좀 더 보강하며 국내 미러리스 시장 1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각오다.
미러리스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증거는 니콘의 참여에서도 볼 수 있다.
전통의 명가인 니콘은 압도적인 성능의 DSLR과 렌즈군으로 프로 포토그래퍼는 물론 사진기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회사로 그동안은 미러리스 시장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니콘 역시 9월 완전히 새로운 크기의 센서와 마운트 규격을 채용한 미러리스 신제품을 발표했다.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로 제품 이름까지 'Nikon 1(니콘 원)'이다. 기자간담회에서 타깃을 젊은 여성으로 잡았다고 할 만큼 Nikon 1은 기존 똑딱이급 크기와 깔끔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기존 유저들 사이에서 센서 크기가 너무 작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화질에 대한 우려를 곧 불식시킬 예정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뿌듯한 소식도 있다.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서 선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러리스 방식의 NX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신제품 NX200을 발표하며 자사 카메라 기술의 우수성을 알렸다. 소니와 같은 크기의 센서에 2030만 화소를 실현, 11월 출시예정인 NEX-7보다 먼저 2000만 화소의 세계를 국내 유저들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고 유명 사진 관련 사이트인 SLR CLUB 등에서조차 인정한 조작편의성은 NEX 시리즈를 앞선다는 평가다.
특히 NX200은 전용렌즈군에서 경쟁사들을 완전히 압도한다. 사진가에게 렌즈는 카메라 본체보다 훨씬 중요한 도구. 삼성전자는 독일, 일본의 렌즈 명가들이 생산한 제품에 버금가는 화질과 품질의 전용렌즈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며 마니아층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지를 담는 매체가 필름에서 디지털 센서로 바뀐 것은 혁명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제 전문가가 요구하는 화질 조건을 충족시키면서 언제 어디에나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미러리스가 두번째 혁명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