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팀 선수가 대표팀에 발탁되면 클럽은 좋아하는게 일반적인 경우다. 박수를 치고 축하할 일이다. 그런데 전북 현대와 이동국(32·전북)은 그렇지 않았다.
30일 오전 전북은 당초 10월 16일 잡혀있던 수원-전북전을 10월 8일로 앞당겨 실시하자는 수원의 제안을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수원은 10월 15일 성남과 FA컵 결승전이 예정돼 있었다. 따라서 수원-전북전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잡은 예비일인 10월 12일에 열리는게 수순이었다. 하지만 정규리그 4위인 수원은 8일 경기가 훨씬 유리하다. 전북전, FA컵 결승전을 둘 다 제대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전북도 머뭇거리다 수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연맹은 경기 일정 변경 공시까지 했다.
그러고 난 후 전북에 생각지도 않았던 이동국의 A대표팀 추가발탁 소식이 전해졌다. 이동국이 전북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이동국의 발탁 변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전북은 부랴부랴 연맹에 예비일인 12일로 경기 일정을 재조정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전북은 19일 알 이티하드(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이전 K-리그 경기에서 승점을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만 정규리그 1위를 사실상 확보해 놓고 챔피언스리그 경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입장이 난처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5일 연맹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본선 이후 15개월 만에 다시 A대표팀에 뽑힌 이동국은 수원-전북전 출전이 힘들어졌다. 조광래호는 10월 7일 폴란드와 친선경기를 갖고, 11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와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경기를 갖는다. 수원-전북전이 8일 열리면 이동국은 출전이 불가능하다. 12일 열리면 UAE전 출전 여부에따라 달라질 수 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이동국이 A대표팀에 다시 뽑혔지만 걱정을 더 많이 했다. 이동국이 A대표팀에서 플레이 내용이 좋지 않았을 경우 또는 선발로 출전하지 못했을 경우 받을 마음의 상처를 염려했다. 이동국은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본선 최종엔트리에 포함됐지만 출전 기회를 많이 잡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이동국은 지난 7월 서울과의 K-리그 경기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선 "대표팀 보다 클럽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30일 이동국의 추가발탁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는 이동국 본인은 대표팀에 강한 의지를 보여 대표팀 선발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A대표팀은 이날 오전 서정원 코치를 보내 이동국의 의지를 확인했다. 최 감독은 "오후에 훈련을 마치고 이동국과 면담을 했다. 이동국이 축구 선배인 서 코치에게 강하게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