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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의 '둔갑', 영화가 되니 이렇게 달랐다! '도가니' '완득이' '마당암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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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된 원작의 '둔갑'은 무죄다.

인기 원작의 영화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소설보다 훨씬 더 큰 파급력과, 소설 속 상상의 세계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그러나 소설을 읽으며 독자의 상상으로 만들어낸 세계는 영화화된 작품과 필연적으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설을 영화화하는 작품들은 원작의 메시지는 재현하되, 영화라는 매체 특성에 맞게 조금씩은 변화를 준다. 이를 통해 원작의 '그늘'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또 소설과 영화를 모두 접한 이들에게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재미도 줄 수가 있다. 최근 선보인, 또는 선보일 예정인 베스트셀러 원작 영화들은 모두 변신을 시도했지만, 그 전략은 조금씩 달랐다.



▶생략형 '도가니'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를 석권하며 이슈몰이에 성공한 영화 '도가니'는 공지영의 원작 소설과 다른 점이 꽤 많다. 특히 과감한 생략이 두드러진다. 주연배우 공유는 "소설 속 주인공인 미술교사 강인호의 과거 연애사가 영화에선 빠져서 개인적으로는 아쉽기도 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원작의 강인호에겐 아내와 딸이 있지만, 영화에서는 아내와 사별한 싱글 대디 강인호를 어머니가 뒷바라지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또 정유미가 맡은 인권운동가 서유진 또한 이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지만, 영화에선 패기있는 젊은 미혼 여성으로 그려졌다. 가장 다른 것은 엔딩이다. 영화는 소설보다 훨씬 갈등을 많이 해결하고 끝을 맺는다. 황동혁 감독은 "핵심 메시지 외의 모든 것을 다룰 순 없다고 판단했고, 영화에서는 소설 속의 한을 조금은 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절충형 '완득이'

'완득이'는 영화화되면서 뺄 것은 빼고, 보탤 것은 보태는 절충적인 전략을 택했다. 소설 '완득이'는 주인공 완득이 주변의 가족과 이웃, 담임인 동주 선생과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다루고 있다. 영화는 가족 및 이웃 이야기를 다소 축소하고, 완득과 동주라는 두 남자의 관계에 더 집중했다.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영화의 주를 이루는 '버디 무비'같은 성격을 띠게 된 것. 대신 '러브라인'이 추가됐다. 원작에는 없는 '동주 선생의 짝사랑'이 등장하며, 완득이의 짝사랑 이야기도 소설보다 조금 더 심도있게 다뤘다. 이 영화의 한 관계자는 "두 남자의 관계가 원작이 주는 메시지의 핵심이라고 생각해 이런 변화가 이뤄졌고, 러브라인 강화(?) 또한 두 남자에 집중하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밝혔다.

▶추가형 '마당을 나온 암탉'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한 '마당을 나온 암탉' 또한 소설과 애니메이션의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눈에 띄는 것은 추가된 부분들이다. 먼저 주인공인 암탉 '잎싹'의 성격에 좀더 '4차원적인' 요소가 추가됐다. 소설 속 잎싹은 매우 진지한 캐릭터지만, 애니메이션의 잎싹은 다소 분위기 파악을 잘 하지 못하고 호들갑스러운 느낌이 있다. 게다가 자신이 만나는 캐릭터마다 이름을 지어주는 '오지랖'까지 갖고 있다. 이런 설정은 코믹함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제작사인 명필름 측은 "영화에서는 좀 더 웃음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원작의 진지한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고, 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는 그대로다"라고 설명했다.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 수달 '달수'를 만든 것 또한 코미디를 위한 승부수였다. 실감나는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달수는 잎싹을 원작보다는 기댈 곳이 있는 '덜 불쌍한' 캐릭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