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빛가람(20)이 대학교서 드리블 테스트를?
윤빛가람은 요즘 바쁘다. A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소속팀을 오가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르다. 이런 가운데 24일 밀양 공설운동장에서 열린 강원과의 K-리그 26라운드를 앞두고 부산에 다녀와야 하는 일이 생겼다. 드리블 테스트 때문이다.
해외 진출을 위한 테스트? 아니다. 중앙대를 중퇴한 뒤 다시 '대학생 윤빛가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수시전형 실기 시험에 응했다.
부산외대 사회체육학과 입학을 준비 중이다. 2010년 K-리그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하기 위해 중앙대학교를 중퇴했던 그는 중앙대 재입학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 해 한 명만 재입학이 가능하다는 학교 정책에 따라 2순위로 밀렸다. 1순위는 학번이 더 높은 김동진(29·FC서울). 학번이 높은 순서대로 재입학이 결정되자 윤빛가람은 부산외대로 시선을 돌렸다. 부산외대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박공원 경남 전력강화부장이 내년부터 사회체육대학에 축구학과가 개설된다는 소식을 알리자 고민 없이 결정했다.
문제는 24일 경기가 있는 날 수시 실기 시험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것. 경기도, 학업도 포기할 수 없는 윤빛가람은 결국 23일 부산으로 향했다. 1박을 한 뒤 오전에 실기시험을 치렀다. 학교 측에서도 저녁에 경기가 있는 점을 감안, 120명의 지원자 중 윤빛가람이 제일 먼저 모든 실기 테스트를 볼 수 있게 배려해줬다.
종목은 제자리 멀리뛰기와 60m 달리기, 드리블 테스트. 이 가운데 10m 거리의 반환점을 돌고 오는 드리블 테스트에서 만점을 받았다. K-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의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는 윤빛가람. 말이 필요 없었다. 다른 지원자들이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화려한 드리블 실력을 뽐냈다. 처음에는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실기 시험을 보나"라는 고민도 했다고 한다. 기록 측정관이 1980년대를 대표하는 철벽 수비수이자 대선배인 정용환 감독(51)이었기 때문에 더 떨렸다.
60m 달리기 테스트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가장 먼저 뛰었기 때문에 자신의 기록을 다른 응시생들과 비교할 수 없었다. 세 개 종목의 테스트를 마친 그는 곧바로 차에 올라 떠나려 했지만 운동장을 벗어나기 직전 차에서 내렸다. 경쟁자들이 뛰는 모습을 본 윤빛가람은 "이러다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라고 낙심했다. 평균보다 저조한 기록이 마음에 걸렸다. 곧 평정심(?)을 되찾은 윤빛가람은 한마디 외쳤단다. "내가 원래 느려요."
약 10~20분간 진행된 테스트를 마치고 밀양으로 복귀, 강원전에서 풀타임 활약한 윤빛가람의 얼굴은 핼쑥해졌다. 경기 후 "아침에 일찍 일어나다보니 피곤했다. 대학교 입시 시험을 해보니 색달랐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긴장됐다"며 웃었다. 다음 달 발표되는 윤빛가람의 수시입학 전형 결과가 기다려진다.
밀양=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