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스케이팅의 여자 싱글 '기대주' 김해진(14·과천중)이 '포스트 김연아 시대'를 열었다.
김해진은 24일(한국시가) 루마니아 브라쇼브에서 벌어진 2011~201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4차 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99.83점을 받아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44.78점)를 합쳐 144.61점으로 니시노 유키(일본·125.85점)를 밀어내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ISU 주관대회에서 첫 메달이자, 국제무대 개인 최고점을 작성했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김해진은 초등학교 때 이미 트리플 악셀을 제외한 5종류의 3회전 점프를 습득했다. 지난해 김연아 이후 7년 만에 초등학생 신분으로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여러 차례 국내 대회에서 시니어 국가대표 곽민정(17·수리고)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제2의 김연아'라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ISU 대회에서는 고비마다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올시즌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첫 도전의 아쉬움이 컸다. 이달 초 호주 브리즈번에서 벌어진 2차 대회에서 쇼트프로그램(52.26점)에서 선두에 올랐지만 다음날 프리스케이팅(78.76점)에서 실수를 반복해 5위로 밀려났다. 김연아 이후 첫 우승 꿈이 물거품됐다.
루마니아 대회는 두 번째 무대였다. 쇼트프로그램에서 6위에 그쳐 다시 한번 좌절하는 듯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새로 바꾼 스케이트화가 불편해 난위도를 낮추는 등 악조건을 이겨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낭보다. 7년 후 올림픽에는 김연아가 없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유망주 육성'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김해진은 7월 연맹으로부터 2000만원의 훈련비를 지원받는 등 꿈나무 중에서도 최고의 기대주로 평가받고 있다.
김해진은 김연아와 한솥밥을 먹고 있다. 어머니 박미희씨가 대표인 올댓스포츠가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다. 올댓스포츠는 "부츠를 바꾼 후 아직 적응이 완전히 되지 않아 트리플-트리플 점프를 트리플-더블 점프로 변경했다. 아쉬운 것도 있지만 새 부츠로 큰 실수 없이 준비한 것들을 다 보여준 것에 만족하고, 메달까지 받게 되어 매우 기쁘다"라고 전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