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기'의 첫 충돌은 다소 싱거웠다.
절친한 '40세 동갑내기' 최용수 FC서울 감독대행과 유상철 대전 감독의 만남은 전자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서울이 24일 안방에서 대전을 4대1로 완파했다.
짧으면 짧고, 길면 긴 초보감독 3개월의 세월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지도자는 최 감독이 선배다. 최 감독은 4월, 유 감독은 7월 지휘봉을 잡았다. 색깔은 달랐다.
서울과 대전, 객관적인 전력 차가 존재한다. 홈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최 감독은 백분 활용했고, 유 감독은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경기 전 둘다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최 감독의 예언이 의미심장했다. "대전 선발 출전 선수 중 상암에서 처음 뛰는 선수가 6명이나 된다. 실수를 유발해 승리하겠다." 유 감독은 이변을 노렸다. 킥오프 직전 최 감독은 손님인 친구의 벤치로 다가가 오른손을 맞잡았다. 유 감독도 유쾌하게 웃었다. 선전을 다짐했다.
하지만 긴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운명은 경기 시작 3분 만에 엇갈렸다. 최 감독이 적중했다. 전반 3분 터진 데얀의 선제골은 상대 수비수의 어이없는 실수에서 나왔다. 전반 16분 데얀의 결승골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유 감독은 전반 24분 일찌감치 변화를 줬다. 수비수 이상희를 빼고 서울 출신인 이상협을 투입했다. 투지가 좋은 미드필더 김태연을 수비로 내렸다. 후반 25분 이상협이 0-2 상황에서 만회골로 추격의 불씨를 당기는 듯했지만 더 이상 반전은 없었다. 데얀과 몰리나의 추가골이 터지면서 3골차로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두 사령탑은 다시한번 미소를 교환했다. "수고했다"라는 말을 주고 받았다. 현역시절부터 승부의 화신으로 유명했다. 희비가 엇갈렸고, 서로를 잘 알기에 더 이상 말이 필요없었다.
정은 넘쳤다. 최 감독은 "선수때 찐한 우정을 나눴던 유 감독과 승부처에서 만났다. 결과는 우리가 가져왔지만 짧은 시간에 팀이 잘 만들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칭찬했다. 승부는 승부였다. 그는 "홈과 원정경기에 대한 장단점은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 우리가 강한 압박을 했을때 상대 실수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위축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유 감독은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경기 결과에 대해 인정한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느낀 것은 선수들이 원정경기다 보니 긴장감이 많았다. 많은 관중으로 선수들이 위축되는 것을 봤다"며 "선수들이 초반에 매경기 실점하는 장면을 보면 상대가 잘해서 그렇기보단 우리 실수로 그런 경우가 많다. 오늘 역시 그런 부문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날 상암벌에는 3만여 관중이 운집했다. 'FC서울 외국인의 날'을 맞아 약 8000명의 외국인 팬이 경기장을 찾았다.
승패를 떠나 최용수-유상철 라이벌 구도는 K-리그의 새로운 흥행카드로 떠올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