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목표만은 잊지 말자."
두산 김광수 감독대행은 가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야기를 한다.
한국이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그 때 그 시절이다.
당시 김 대행은 김경문 감독을 도와 수석코치로 대회에 참가했다. 제 자랑하려고 베이징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의 경기력과 팀 공동의 목표가 얼마나 큰 상관관계가 있는지 설명할 때 좋은 예가 베이징 금메달이기 때문이다.
김 대행은 "금메달이라는 팀 목표가 명확히 설정되니 선수들은 깊이 잠자고 있던 저력까지 모두 끌어들여 감동적인 승전 드라마를 쓸 수 있었다"면서 "팀으로 대결하는 스포츠 세계에서는 팀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왔다.
그런 김 대행이 요즘 '팀 목표'를 다시 꺼내들었다. 시즌 막판 선수단 분위기를 다시 다잡기 위해서다. 두산은 올시즌 우승 전력까지 꼽혔던 팀이다.
하지만 어떤 연유에서든 포스트시즌이 물건너간 게 지금의 현실이다. 선수들로서는 공동의 목표였던 포스트시즌 진출 또는 우승이 무산됐으니 내심 경기할 맛 안나기 쉬울 때다.
겉으로는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고 교과서적인 대답을 하지만 속으로는 '어차피 떨어진 이상 5위든 6위든 무슨 의미가 있겠냐'라고 위기소침할 수도 있다.
김 대행은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위축돼 뚝심야구로 무장됐던 두산 특유의 끈끈한 팀 컬러마저 잃지 않을까 걱정인 모양이다. "굳이 거창한 우승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는 목표를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끝까지 최선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지금으로서는 팬들께 최선의 도리"라는 게 김 대행의 설명이다.
김 대행은 베이징올림픽과 비슷한 사례로 OB(현 두산) 현역 시절인 1986년 롯데와의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을 들었다. 당시 OB는 롯데전에서 지면 MBC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기 때문에 무조건 이겨야 하는 운명의 최종전이었다. 결국 OB는 당대 최고 투수였던 최동원 앞에서 1-3으로 내내 끌려가다가 9회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김 대행은 당시를 회고하며 "그 때도 마찬가지로 선수 모두가 팀 목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대역전 드라마를 만들 수 있었다"고 풀이한다.
지금 두산에게는 새로운 팀 목표가 필요하다는 게 김 대행의 생각이다. '잠실 라이벌 LG에게 만큼은 밀리지 말자'라든지 '막판에 맥빠진 경기를 보이지는 않는다'든지 무엇이든 좋다.
김 대행은 "선수들은 각자 타석에 들어설 때 '안타 하나는 치고 나가자'라고 마음먹고, 수비할 때는 '내앞에 오는 타구는 빠뜨리지 말자'고 스스로 채찍질하지 않는가. 그런 마음가짐이 모이면 팀 목표가 된다"며 선수들에게 시즌 마지막 바람을 나타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