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용병 카림 가르시아(36)가 '늦바람'이 났다.
시즌 막바지에 이르자 특유의 방망이 화력에 불을 뿜고 있다. 지난 23일 대전 두산전에서 투런포를 추가하며 3경기 연속 홈런과 함께 시즌 17호포를 기록했다.
가르시아는 한화 입단 초기였던 지난 6월 15∼17일 생애 처음으로 3경기 연속포를 날린 적이 있다. 시작과 끝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가르시아다.
그도 그럴것이 24일 현재 시즌 66경기 평균 2할4푼8리의 타율을 보인 가르시아는 9월 들어서만 16경기에서 홈런 6개를 몰아치며 2할6푼7리로 올라섰다. 최근 7경기에서는 홈런 5개를 앞세워 3할8푼7리의 괴력적인 타율을 뽐낸다.
한화 입단 초반에 반짝했다가 한동안 그만그만했던 가르시아가 뒤늦게 신바람을 내는 데에는 뭔가 비결이 있을 법하다. 가르시아는 "감독님 등 코칭스태프가 조언한 대로 타격을 하니 요즘 잘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해결사'로 명성을 떨친 한대화 감독이 도대체 무슨 조언을 해줬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감독은 먼저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조언이랄 게 뭐 있나. 그저 힘 좀 빼고 치라고 했지. 제발 볼은 건드리지 말고…"라고 말했다.
이어 한 감독은 "가르시아 그 친구. 완전히 여우네. 접대용 멘트도 할 줄 알고"라며 무릎을 쳤다. 그렇다. 가르시아가 코칭스태프의 조언이 특별한 비결인 양 얘기한 것은 고도의 '유화작전'이었다.
시즌은 다 끝나가고 재계약에 관한 얘기가 나올 시기가 됐으니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감독은 "저번에 한 번 경고 메시지를 날렸는데 동료들을 통해 가르시아의 귀에도 들어갔을 것"이라면서 "그 이후 부쩍 잘하는 걸 보면 가르시아도 좀 정신차렸을 것이다. 그것이 아마 진짜 비결이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한 감독은 지난 14일 KIA전을 앞두고 가르시아에 대해 "지금처럼 해서 되겠는가. 재계약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에게 달려있다"고 넌지시 분발을 촉구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가르시아는 이날 시즌 13호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2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두른 것을 시작으로 23일까지 7경기 연속으로 홈런과 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마치 FA(자유계약선수)자격을 앞둔 선수가 자격 획득 마지막 시즌에 펄펄 나는 것처럼 '내년에도 날 좀 잡아달라'고 시위를 하는 것 같다.
가르시아는 한화에 입단한 뒤 자신에게 다시 기회를 준 한화가 롯데보다 더 친근감있고, 내년에도 뛰고 싶은 팀이라고 천명한 적이 있다.
결국 가르시아의 '늦바람'은 '야왕'의 경고탄에 깜짝 놀라 생존을 위해 치는 몸부림이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