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성남 감독은 김정우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너 언제까지 2인자로 있을래? 이렇게 나약해서는 안돼. 내가 1인자로 만들어줄께."
신태용 감독은 '애제자' 김정우의 복귀에 웃었다.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팀 최고 선수가 돌아왔다는 점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적한 '1인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됐기 때문이다.
22일 경기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정우 복귀 기자회견은 두 남자의 만담쇼였다. 재치있는 언변의 신 감독이 먼저 던지면, 김정우가 받아쳤다. 신 감독이 원하던 모습이었다. 적극성만 기른다면 1인자가 될 수 있다는 신 감독의 의중대로 김정우는 말도 늘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신 감독은 김정우를 바라보며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신 감독은 "정우 성격이 변했다. 역시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한다"며 "정우가 전에는 나서서 인터뷰하지 않았다. 해도 단답식으로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무안할 정도였다. 짬밥의 힘인지 언론플레이도 하고 개길줄도 알더라"고 웃었다. 김정우도 "내가 있을때만 해도 준우승 2번이나 해서 얼굴이 좋더니 요새는 안좋은 성적때문인지 좀 늙으셨다. 감독님께 선물을 드리고 싶다. 감독님의 막말 지도를 다시 받게돼 기쁘다"고 받아쳤다.
김정우는 성남으로 복귀하며 88번을 달게 됐다. 특별한 의미가 있냐는 질문에 "감독님이 추천했다. 아홉수가 연상되는 99번보다는 88번이 낫지 않냐고 하셨다. 마음에 든다"고 했다. 신 감독도 "중국에서 8은 재물을 상징하는 번호다. 정우도 좋아하고 번호라도 이슈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추천했다"고 했다.
기대를 모은 향후 거취와 포지션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거취에 대해서는 올시즌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포지션에 대해서도 신 감독은 "2~3가지 옵션이 있지만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FA컵 결승전 전까지 리그 경기에 기용하면서 정우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포지션에 기용하겠다"고 했다.
두 남자는 FA컵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특히 김정우는 2년전 군입대로 수원과의 결승에서 뛸 수 없던 아쉬움을 달래겠다는 각오다. 김정우는 "수원이랑 할때 꼭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군대 가기 전이라서 지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돌았다. 수원이 올라오길 바랬다. 수원을 만나 개인적으로 기쁘다"고 했다. 신 감독도 "건강하게 집으로 온 정우가 FA컵 우승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
달라져 돌아온 제자와 그를 기다려 온 스승. 둘은 FA컵 우승이라는 같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성남=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