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공격수 김영후(28)는 여러가지 별명을 갖고 있다.
'괴물' '득점기계' 등 투박하지만 강렬한 단어들이 주로 쓰였다. 2009년 K-리그 데뷔 때 14골, 지난해 13골을 기록하면서 빼어난 득점력을 증명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수식어다. 내셔널리그 시절 찼다 하면 골망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슛은 국내 최상위 리그인 K-리그에서도 명불허전의 위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올해만큼은 김영후의 이름 앞에 별명을 붙이기가 힘들다. 리그와 컵대회 등 시즌 26경기를 소화한 현재까지 단 5골에 그치고 있다. 리그 최하위인 강원은 6강 진입이 좌절된 상태다. 리그 5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경기당 1골씩 넣지 못하면 김영후는 K-리그 데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득점 달성에 실패한다.
현재 흐름상 경기당 1골씩을 기록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극심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들어갈 것 같은 슛도 상대 선방에 막히거나 골문을 벗어나기 일쑤다. 최근 후반 교체로 기용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득점 기회를 잡기도 좀처럼 어렵다.
지난 두 시즌 간 김영후에게 혼쭐이 났던 상대팀이 세운 대비책을 뚫지 못하고 있다. 볼을 잡으면 상대 수비수 두 명 이상이 붙는데 이를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게 침묵의 원인이다. 이런 문제를 풀어줘야 할 동료들의 동반 부진이 아쉽다. 정신적 문제도 있다.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조급한 모습을 보이는 점도 득점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경찰청에 입대하는 점도 동기부여 면에서 마이너스 요인이다.
세 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목표는 사실 부담스러운 목표다. 그러나 그간 김영후가 얻었던 명성을 굳히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타이틀이었다. K-리그 최고의 공격수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김영후라면 더욱 그렇다. 이대로 시즌을 마치고 K-리그를 떠난다면 그간의 명성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 경찰청에 입대해 R-리그(2군리그)에서 맹활약 하더라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이런 와중에 태어난 딸이 김영후의 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 가장으로써의 책임감을 절감하는 눈치다. 김영후는 "(딸의 태어나)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 속에서 알찬 결실을 맺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상호 강원 감독은 "그간 치러온 경기를 보면 남은 상대들은 해볼 만하다. 김영후가 충분히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