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민구단 지자체장들이 공통적으로 범하는 오류가 한 가지 있다.
마치 자신들이 구단의 주인인 양 착각한다는 것이다. 선거가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현상이 두드러 진다. 일련의 과정에서 주주인 시도민의 의사는 철저히 배제된다. 구단을 둘러싼 잡음은 끊이지 않는다. 프런트부터 감독, 심지어 선수들까지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과연 시도민 구단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강원FC 구단주와 사장 간의 갈등도 이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자사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된 사장과의 만남에서 대뜸 사퇴를 권했다고 한다. '만장일치'라는 추대 과정부터 자신이 사장 후보로 지지했던 임은주 을지대 교수가 눈물을 보인 이야기까지 거론하며 사장에게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고 했단다. 구단 홍보 등을 위해 사재를 털었던 남종현 사장은 "떠나라면 떠나겠다"고 사퇴 카드를 내밀었다. 반말에 욕설, 삿대질까지 당하면서 모욕감을 느꼈다고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도민구단의 구단주는 결국 직함을 가질 뿐 실질적으로 구단 운영에 관여하기 힘든 자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지사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정치적 해석까지 난무하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이를 보는 강원도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강원도 축구계의 한 관계자는 "남 사장의 사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 민심이 흉흉하다. 취임 초기부터 정치적 챙보를 보이는 모습에 지난 보궐선거 당시 최 지사를 지지했던 이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축구인들 입장에서는 의욕적으로 자리를 잡은 새 사장이 이런 식으로 밀려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도지사가 그토록 사장을 사퇴시키려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 지사는 강원 구단 주식을 1주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도지사 취임 후 당연직으로 오르는 구단주 직함을 얻었을 뿐이다. 구단의 진정한 주인은 90억원이라는 정성을 모은 강원도민이다. 남 사장 사퇴를 거론하기 이전에 당위성과 대안을 설명해야 하는 것이 순리다. 이런 과정을 무시하고 자신의 뜻만 관철시키려 한다면 심판을 피할 수 없다.
강원도는 2008년 강원FC 창단 당시 매년 10억원씩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첫 해부터 지급하지 않다가 지난해가 되서야 겨우 납부를 했다고 한다. 2010년과 올해 지급되어야 할 돈 역시 지급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구단 재정이 어려우니 재무 감사를 하겠다고 한다. 제대로 된 길을 걷지 못한다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매를 드는 격이다. 강원도 입장에서 강원FC를 운영할 의지가 없다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맞다. 구단의 주체인 도민들에게 맡기고 그저 바라보는 것이 밑바닥 성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팀을 도와주는 길이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