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K-리그 전반기에 '수비축구'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었다.
수비를 두텁게 해 역습으로 승리를 노리는 전술이 약체 팀들 사이에서 주류를 이뤘다. 여러 팀이 이 전술로 재미를 봤다. 비교적 단단한 전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 팀조차 수비 위주의 전술을 구사하면서 리그의 재미를 떨어뜨린다는 비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약자의 생존전략'이라며 수비축구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옹호했지만,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강원FC 김상호 감독(47)은 칭찬을 받을 만하다. 변변치 않은 팀 전력에도 불구하고 패스 기반의 공격축구를 고집한다. 강원 경기에서는 수비에서 공격으로 길게 이어지는 긴 패스를 찾아보기 힘들다. 답답할 만큼 바뀌지 않고 있는 김 감독의 고집 때문이다. 어린 선수들의 역량을 끄집어냄과 동시에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패스가 우선이 되는 축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수비축구를 해서 이길 수는 있지만, 팀과 선수 모두 발전은 없다는 생각이다. 2002년 전남 드래곤즈 2군 코치를 시작으로 축구협회 유소년 전임 지도자와 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 대표팀 코치를 지내면서 구축한 자신만의 철학이다. 최근 최강희 전북 감독과 함께 영국에서 P급 지도자 자격증 연수를 다녀온 뒤 계획하고 있는 논문에도 패스 기반의 공격축구에 대한 내용을 담을 생각이다.
김 감독의 뜻이 강원에서 구현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상대에게 공격이 끊긴 뒤 역습으로 실점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최전방까지 패스를 잘 이어가도 해결할 선수가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은 "남은 경기를 다 져도 좋다. 책임은 내가 질테니 걱정말고 패스를 하라"고 주문한다.
이런 고집이 통해서인지 성과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18일 수원 삼성전에서 0대1로 석패했지만, 끊임없는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면서 선전했다. 장대비가 내리면서 100% 실력을 발휘하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다듬으면 예리한 칼날이 될 만했다. 수원전과 같은 경기력만 보여준다면 남은 5경기에서 충분히 승리를 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 중원 보강이 이뤄지면 올해보다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패스 위주의 축구를 하고 있지만, 중원에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할 만한 선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선수들이 동계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쌓으면 성과가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겨울을 넘기고 봄이 오면 노력의 결실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씩 웃었다. 강릉=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