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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 감독, 6강 전쟁서 택한 '모험'의 용병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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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감독들 운세에 나랑 황보관 감독만 유독 안좋았다고 하더라고…."

박경훈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18일 전남전을 앞두고 특유의 위트 섞인 한마디를 던지며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애제자' 구자철(22)의 볼프스부르크 이적까지는 버틸 만했다. 시즌 초 신영록이 쓰러졌고, 시즌이 한창 진행중일 때 주전 박현범이 수원행을 택했고, 용병 자일이 빠져나갔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는 승부조작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제대로 써먹지도 못했다. 시즌 막판엔 선수들의 입대 문제에 마음이 쓰이기 시작했다. 배기종 김영신 강준우 김호준 등 당장 상무행을 앞둔 주전 선수가 줄을 섰다. "프로선수들에겐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다음 시즌 연봉에 대한 생각이 없는데 동기 부여가 되겠나."

박 감독은 이날 패할 경우 6강행이 멀어져갈 수도 있는 '승부처' 전남전에서 의외의 '모험'을 택했다. 올해 정규리그와 FA컵에서 2연패하며 전남전엔 유독 약했다. 베스트 멤버를 모두 내보내도 시원찮을 상황에서 올 시즌 처음으로 주전 골키퍼 김호준 대신 전태현을 내보냈다. 1m66의 단신 삥요도 처음으로 정규리그 그라운드를 밟았다. "축구라는 것이 모험도 해보는 것이고 이런 기회에 남몰래 갈고 닦은 기량을 펼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부연 설명과 함께였다. 기존의 선수층에 기대기보다 새바람을 일으키는 쪽을 택했다. 후반 시작 직후 김명중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양준아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열세 속에서도, 제주는 물러서지 않았다. 일진일퇴의 90분 전쟁 끝에 양팀은 1대1로 비겼다. 7위 제주(승점 36)는 승점 1점을 추가하며 6위 부산(승점 39)과 승점 차를 3점으로 줄였다. 아직 제주의 6강 운은 다하지 않았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