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30년만에 처음으로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롯데 이용훈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아무리 2군경기라 할지라도 30년간 한번도 없었던 대기록을 세운 것은 절대 운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그만큼 공이 좋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좋은 투수가 2군에 있는 것일까. 그것도 9월 이후 26명에서 31명으로 확대엔트리가 적용되고 있는 시점이라 더더욱 의아스럽다.
이용훈은 롯데가 휘청이던 4월에 사실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지 못했다. 첫 등판인 4월 13일 부산 두산전서는 1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16일 잠실 LG전서 선발등판했을 땐 1회에 안타 6개로 4실점하며 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1군을 밟지 못했고 줄곧 2군에서 선발요원으로 등판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서 퍼펙트게임을 하며 2군에서 10승째를 채웠다. 2군에서 10승4패 방어율 2.83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가 그간 1군에 올라올 수 없었던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중간에 부상이 있었던데다 롯데 마운드가 워낙 탄탄해 들어갈 틈이 없었다.
7월에 이용훈은 왼손 약지 골절상을 입었다. 휴식일에 집에서 장롱을 옮기다가 넘어지며 일어난 일. 철심을 박고 일주일간 입원을 할 정도로 상태는 좋지 않았다.
그래도 이용훈은 "그때 오른손을 안다친게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약 2주 쉰 이후부터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초반엔 공을 받는 것이 힘들어 바구니에 공을 두고 망에다 던졌고, 얼마후엔 통증을 참으며 글러브를 끼고 피칭도 했다.
그런 노력을 했기에 얼마 안 가 경기에 등판할 수 있었다. 8월 5일에 철심을 빼고서 6일 삼성전에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다. 마지막 투수로 나서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처리. 다음날도 마지막 투수로 나선 이용훈은 그러나 동점인 상황에서 솔로포를 내주고 패전투수가 됐다.
8월 13일 삼성전부터는 선발로 나섰다. 이날 7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며 9월 확대엔트리를 기대했지만 26일 구리 LG전서 6⅓이닝 동안 6안타 3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윤동배 상동구장 소장은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 초반엔 구속이 빠르지 않았다. 제구나 공끝도 확실히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했다.
롯데는 9월 확대엔트리 때 투수는 김수완 하나만 올렸다. 9월 초만 해도 롯데 마운드는 보강할 부분이 없었다. 선발 5명이 굳건했고, 이재곤 진명호의 롱릴리프와 임경완 강영식 김사율의 필승조도 건재했다. 선발이 오래 던졌기 때문에 불펜진의 체력이 떨어지지도 않았고 9월 경기일정도 어느 정도 휴식이 가능했기에 굳이 보강할 투수가 필요없던 상황이었다. 이용훈이 선발투수만 되는 것도 걸림돌 중 하나였다.
이제 이용훈은 퍼펙트게임으로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자신에게 돌리는데 성공했다. 경기를 직접 본 윤동배 소장은 "완벽했었다. 직구 최고가 146㎞ 나왔고, 평균은 141㎞ 정도였다. 9회까지 145㎞가 나왔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 변화구도 좋았고, 투스트라이크 이후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타자들이 속아 삼진도 많이 잡았다. 그 정도면 1군에서도 퍼펙트게임을 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지금까지는 여러 이유로 2군을 못벗어났지만 퍼펙트 이용훈에게 이제는 기회가 올 것같다. 양승호 감독은 "부첵이 부진하고 불펜진도 요즘 좋지 않아 투수 보강이 필요하다. 다음주에 이용훈을 올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