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의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빅4'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경기력이 이어지고 있다. 맨유에게 2대8로 패하면서 전력 보강을 서둘렀지만, 이후에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승리가 유력했던 17일(한국시각) 블랙번 원정에서는 3대4 역전패를 당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기량보다는 정신적인 문제가 커 보인다. 선수 변화의 폭이 커지면서 조직력이 붕괴되어 부진이 거듭되고 있다. 팀 분위기를 이끌고 갈 선수가 있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주장인 판 페르시는 최전방에서 분전하고 있으나, 주장 완장에 걸맞는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기대를 걸었던 미켈 아르테타도 팀에 녹아드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이런 문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26)은 이런 아스널에게 대안이 될 만한 능력을 갖고 있다. 박주영이 올 여름 프랑스 리그1 각 팀의 구애를 받았던 것은 기량 뿐만 아니라 팀 플레이에 능한 선수라는 인식 때문이다. 약체 모나코에서 대부분의 경기에 출전하며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팀 공격을 이끌었었다. 2년 뒤 병역 의무 이행을 위해 귀국해야 하는 현실상, 박주영이 마지막 유럽팀이 될 아스널에서 모든 기량을 쏟아부을 만한 동기부여는 충분하다.
주전 경쟁 구도에서 열세인 것은 사실이다. 아스널에는 붙박이 공격수 판 페르시를 제외하더라도 많은 대안이 있다. 제르비뉴는 빠른 스피드와 골 결정력으로 블랙번전에서 기량을 입증했다. 교체 출전한 챠마크도 골맛을 보면서 득점력을 증명했다. 제르비뉴의 복귀로 기존 주전 월콧이 벤치로 밀린 모습을 봐도 이적생 박주영이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때문에 21일 슈르스버리와의 칼링컵은 절호의 기회다. 리그에 비해 비중이 떨어지는 컵대회지만, 분위기 변화를 꾀하는 벵거 감독은 그간 지켜보고 있던 자원들을 칼링컵에 내보내 테스트 성격의 경기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이 경기를 통해 박주영이 아스널 선수단에 변화를 줄 만한 능력을 갖고 있음을 증명해야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아스널은 남은 9월 3경기를 치른다. 슈르스버리전을 마친 뒤 24일 볼턴 원더러스와 EPL 5라운드를 치르고, 29일에는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이 예정되어 있다. 슈르스버리전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다면, 올림피아코스전에서 챔피언스리그 데뷔가 가능할 전망이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