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는 발이 느리다. 그것이 상대를 편안하게도 만들고 당황하게도 한다.
이대호가 18일 잠실 두산전서 발야구를 펼쳤다. 그리고 두산 수비는 주자가 이대호라는 점을 인식했다가 실수를 하고, 인식하지 않아서 또 실수를 했다.
4-1로 앞선 8회초. 무사 1루서 이대호는 우전안타를 치고 출루하며 무사 1,3루의 추가 득점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5번 홍성흔이 볼카운트 2-1에서 두산 투수 안규영의 4구째 변화구에 헛스윙을 하며 삼진아웃. 이때 공이 원바운드됐고 포수 양의지를 맞고 옆으로 튀었다. 멀리 가지 않아 발이 느린 이대호가 2루로 뛸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공이 빠지는 것을 보고 곧바로 2루를 향해 뛰었다. 다급해진 양의지가 공을 잡아 2루로 던졌지만 세이프. 3루측 롯데 덕아웃과 관중석에선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후 박종윤의 1타점 안타로 3루까지 진출한 이대호는 황재균의 중견수 플라이 때 홈으로 리터치를 했다. 깊은 타구가 아니고 주자가 이대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실수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중견수 이종욱은 홈 승부는 생각하지 않은 듯 2루로 편안하게 공을 던졌다. 그러고는 곧바로 옆에 따라온 좌익수 김현수와 주저앉았다. 그때서야 3루주자가 이대호라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2루수 오재원이 공을 받은 뒤 서둘러 홈으로 던지려다가 글러브에서 공이 빠지지 않아 한차례 더듬은 탓에 이대호는 양의지의 태그에 앞서 홈을 밟고 득점에 성공.
이종욱은 3루주자가 이대호라는 것을 생각했다면 뒤에서 달려오며 공을 잡고 홈으로 직접 송구를 하거나 2루수에게 던지더라도 전력을 다해 던졌어야 했지만 일반적인 주자라고 생각하고서 일찌감치 홈 승부를 피했다.
허를 찌르는 이대호의 과감한 주루플레이 덕분에 1점을 더 얻은 롯데는 8회말 2점을 주고서도 6-3의 3점차 리드를 해 안전하게 승리를 챙겼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