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뮤지컬계의 키워드는 '아줌마 파워'?
관록과 노련미를 자랑하는 중견 여배우들이 올가을 대형 뮤지컬 무대를 장악하고 있다. 신도림 디큐브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맘마미아'의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 트리오와 17일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올린 '캣츠'의 인순이 박해미 홍지민이 바로 그들이다. 아이돌 스타들을 앞세워 흥행몰이를 하는 여타 뮤지컬과 달리 '뮤지컬 디바'의 힘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맘마미아'의 최정원 전수경 이경미 트리오는 80년대 이후 20여년간 수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온 '절친' 선후배. 지난 2006년 이후 '맘마미아'에서만 6년째 호흡을 맞추며 500회 넘게 함께 무대에 서왔다. 최정원은 인생을 당차게 헤쳐나가는 주인공 도나, 전수경은 코믹하면서도 여전한 매력을 과시하는 타냐, 이경미는 톡톡 튀는 감초 역할인 로지를 맡아 황금 팀워크를 과시하고 있다. 특히 '빤짝이 옷'을 입고 나와 '수퍼 트루퍼'를 함께 열창하는 장면은 백미 중의 백미. 엄밀히 말하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위해 고민하는 도나의 딸 소피이겠지만, 눈빛만 봐도 모든 걸 아는 세 명의 아줌마 배우들이 워낙 드세(?) 관객들의 뇌리에 큰 잔영을 남긴다.
'맘마미아'를 제작한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는 "세 배우들이 때로는 너무 튀려고 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웃음), 경험 많은 배우들답게 그런 가운데 묘하게 하모니를 이룬다"며 "중장년 관객들이 많이 찾는 것도 바로 비슷한 연배의 이 세 배우의 열연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맘마미아'의 세 여걸이 트리오를 이뤄 하모니를 보여준다면 '캣츠'의 세 여배우는 '그리자벨라'에 함께 캐스팅돼 각각 자신만의 색깔을 연기한다. 그리자벨라는 '캣츠'의 명곡인 '메모리'를 열창하는 주인공. 등장하는 분량은 짧지만 작품의 테마송을 부르는데다 마지막 순간 구원을 받는 대상이라 임펙트가 강력한 캐릭터다.
'나는 가수다'에서 강한 인상을 보여주고 있는 인순이는 어쩌면 자신의 삶과도 닮아있는 그리자벨라의 깊은 속내를 호소력있게 보여줄 예정이다. 22일 첫 무대에 선다. 공연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박해미는 런던에서 온 연출가 조앤 로빈슨으로부터 "최고의 연기력을 지닌 그리자벨라"라는 칭찬을 들을 만큼 원숙한 연기로 삶의 깊이를 전한다. 셋 가운데 막내인 홍지민은 팔방미인답게 탁트인 목소리로 개성 강한 그리자벨라를 연기하고 있다.
이들 아줌마 스타들의 공통점은 일단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실력. 거기다 아이돌 못지않은 상당한 티켓파워를 자랑한다. 이미 10년 전 '시카고'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한 인순이는 최근 '나는 가수다'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박해미, 전수경, 홍지민은 TV 드라마를 통해 안방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스타라 특히 중년층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남자 아이돌스타들이 등장하는 뮤지컬은 줄줄이 늘어나지만 중견 여배우들이 단체로 등장하는 뮤지컬은 많지 않다. 다소 소강상태에 빠진 국내 뮤지컬시장의 흥행 맨 앞줄에서 젊은 아이돌에 맞서 아줌마 스타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