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는 요즘 '홈런 칠 몸'이 아니다. 스스로 한 말이다.
그런 이대호가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내며 홈런왕 경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대호는 16일 청주 한화전에서 1, 3, 4회 잇달아 홈런포를 터뜨리며 시즌 홈런 개수를 26개로 늘렸다. 개인 통산 두 번째 3연타석 홈런으로 이대호는 지난 5월 25일 부산 삼성전에서 정인욱을 상대로 3연타석 홈런을 때려낸 바 있다. 올시즌 3번째 3연타석 홈런이자 프로야구 통산 32번째 기록이다. 현재 홈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최형우(삼성)를 1개차로 쫓아 앞으로 더욱 흥미로운 홈런왕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이대호의 최근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오른쪽 발목과 왼쪽 오금 부상으로 인해 타격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전날 이대호의 모습을 지켜본 적장 한대화 감독도 "홈런에는 완전히 욕심을 버린 스윙을 하더라"고 했다. 이대호는 15일 경기에서 단타 2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앞두고는 뭔가 다른 모습이었다. 인터뷰와 사진촬영 요청 등이 밀려들어왔지만 "오늘 만큼은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첫 타석 부터 시원한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팀이 1-0으로 앞선 1회초 1사 1루 상황서 상대선발 양 훈의 높은 커브를 그대로 밀어쳤다. 우측 펜스를 살짝 넘기는 홈런. 지난달 24일 부산 KIA전 이후 23일 만에 짜릿한 손맛을 봤다.
한 번 불붙은 방망이는 멈출줄 몰랐다. 4-6으로 뒤지던 3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다시 한 번 양 훈으로부터 솔로홈런을 뽑아냈다. 이번에는 한가운데로 몰린 슬라이더를 통타했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만큼 제대로 맞은 타구였다. 공은 청주구장의 중간 펜스를 훌쩍 넘겼다.
완전히 감을 잡은 이대호의 홈런쇼는 한 차례 더 이어졌다. 이번에는 전세를 뒤집는 역전포라 더욱 값졌다. 5-7로 끌려가던 4회초 2사 1, 2루 상황서 바뀐 투수 장민제를 상대로 좌월 스리런 홈런을 쳐냈다. 이번엔 142km 직구를 받아쳤다. 한화 투수들은 커브, 슬라이더, 직구 그 어떤 구질로도 이대호를 넘어설 수 없었다.
한국의 '쿠어스필드' 청주구장도 이대호를 도왔다. 첫 번째 홈런과 세 번째 홈런은 사실 다른 구장 같았으면 펜스 상단에 맞았을 타구.
사실 많은 전문가들이 올시즌 홈런왕 패권은 최형우에게 넘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호 본인도 "최근 내 몸상태로는 홈런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며 최형우의 홈런왕 등극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이대호가 홈런왕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몰아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자신의 괴물같은 능력을 이날 경기에서 발휘했다. 향후 제 입으로 "홈런왕은 형우 것"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다.
청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