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포스트시즌 최고의 라이벌은 어느 팀일까.
가장 많은 우승을 했던 해태와 가장 많이 포스트시즌에 오른 삼성을 꼽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둘은 가을잔치의 '라이벌'은 못된다. 두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세번(86,87,93년) 만났지만 모두 해태가 일방적으로 승리를 했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딱 한번(90년) 만나 삼성이 3승으로 승리했다. 라이벌이라고 보기엔 당시 해태가 너무 강했다. 최근엔 두산과 SK를 꼽기도 하지만 한국시리즈 두번(2007,2008년)에 플레이오프(2009년)에서 모두 SK가 이겼다.
실제로 팬들의 뇌리에 가장 기억에 남는 명승부를 연출한 진짜 가을의 라이벌은 삼성과 롯데다. 두 팀은 29년 동안 단 6번을 붙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에서 한번씩 만났고, 나머지 4번은 준플레이오프였다. 전적만 봐도 3승3패로 동률이다. 전 경기 승패를 따지면 삼성이 13승1무12패로 딱 한 걸음 앞선다. 두 팀은 항상 예상과는 다른 시리즈를 펼치며 팬들에게 반전의 묘미를 선사했다.
역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로 꼽히는 84년 한국시리즈와 99년 플레이오프의 승자는 롯데였다. 전-후기리그 우승팀끼리 붙는 84년 한국시리즈에서 전기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후기리그 막판 롯데에 져주기까지 하며 롯데를 1위로 만들어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삼았다. 그러나 롯데는 최동원이 혼자 4승을 하는 괴력을 발휘하고 7차전서 유두열의 스리런포가 터지며 기적같은 4승3패 우승을 차지했다.
99년 플레이오프에선 드림리그 2위인 롯데가 매직리그 1위인 삼성과 만나 첫 4게임에서 1승3패로 뒤졌다. 누가 봐도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예상됐다. 그러나 롯데가 5,6,7차전을 모두 쓸어담아 극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특히 대구구장서 열린 7차전은 포스트시즌 사상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로 꼽힌다. 롯데 호세가 홈런을 날린 뒤 삼성 팬이 던진 오물을 맞고 분을 참지 못해 방망이를 관중석으로 집어던지는 바람에 희대의 소요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극도로 험학한 상태에서 계속된 경기는 롯데가 3-5로 뒤진 9회초 임수혁의 동점 2점포에 연장 11회초 김민재의 역전타로 6대5의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대신 삼성은 준플레이오프에서만 롯데를 3번 잡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리즈는 2008년. 당시 롯데는 외국인 로이스터 감독의 '두려움 없는' 야구로 3위를 차지해 8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우승까지 넘봤다. 삼성은 4위 턱걸이로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투-타의 밸런스가 좋았던 롯데가 앞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삼성의 일방적인 3연승으로 끝. 롯데의 8년만의 '가을 야구'는 단 나흘만에 허무하게 끝났고 그 여파는 2010년까지 계속돼 롯데는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삼성-롯데 포스트시즌 맞대결 전적(삼성 13승1무12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