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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가을의 전설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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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전 시티즌은 '가을의 전설'을 썼다.

대전은 정규리그 막판 5연승을 거두면서 6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였다. 팬들은 열광했고, 드라마를 갈망했던 K-리그도 환호했다. 비록 6강 준플레이오프에서 패하면서 '가을의 전설'은 맥없이 마무리 됐지만, 여운은 쉬 가시지 않았다.

4년이 흐른 현재 인천 유나이티드의 허정무 감독(57)이 새로운 '가을의 전설'에 도전한다.

대전과 상황이 비슷하다. 인천은 리그 6경기를 남겨둔 16일 현재 승점 30으로 10위에 머물고 있다. 6강 마지노선에 있는 부산 아이파크(승점 39)와는 승점차가 9다. 인천이 대전과 같은 연승행진을 벌인다면 6강 진입이 결코 꿈은 아닌 셈이다.

녹록지 않은 대진운이지만 가능성을 이어가기에는 나쁘지 않다. 인천은 17일 포항 스틸러스(2위)전을 시작으로 울산 현대(9위), FC서울(3위), 제주 유나이티드(7위) 등 6강 안정권 내지 가시권에 있는 팀들과 맞대결을 펼친다. 6번의 기회 중 4번이나 승부처가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 포기할 이유가 없다.

허 감독에게 지긋지긋했던 2011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다. 올 시즌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리그 개막 후 5경기에서 무승을 거두며 하위권으로 추락했고, 아끼던 골키퍼 윤기원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K-리그를 뒤흔든 승부조작 사건에 인천이 중심에 서면서 마음 고생을 했고, K-리그 10경기 연속 무승에 빠지면서 팬들 앞에 불려가 해명을 하는 굴욕도 맛봤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행을 이뤘던 1년 전 찬사를 받던 때와는 천지차이다. 6강행은 이런 아픔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카드다.

6연승 목표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허 감독은 전남 드래곤즈 감독 시절이던 1997년 정규리그에서 6연승을 이끈 경험이 있다. 막판 집중력을 어떻게 키우고 선수 운영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막판 6경기서 5할 이상 승률을 거둔 것도 두 차례(1994 포항·2006 전남)나 된다. 현 상황은 잠재되어 있는 승부사 기질을 떨칠 기회다. 허 감독은 "축구에서 넘지 못할 산은 없다. 결코 강팀 앞에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멋진 경기를 펼칠 때 결과도 같이 오는 것 아니겠느냐"며 선전을 다짐했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