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아쉬운 모습이었다.
LG 박종훈 감독은 15일 잠실 SK전서 2대11로 대패한 뒤 아무 말없이 덕아웃을 떠났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16일 만난 박 감독은 전날 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기 초반 실점하면서 0-6까지 점수가 벌어지긴 했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좀 아쉬웠다"면서 "점수차가 나더라도 상대방에게 포기하는 모습을 쉽게 보여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실제로 LG 타선은 2득점한 5회를 제외하곤 무기력한 모습이었다. 2회와 7회 8회에는 안타가 한개씩 나왔지만, 곧바로 병살타가 이어졌다. 4회에는 정의윤의 2루타 때 1루주자 조인성이 무리한 주루플레이를 펼치다 홈에서 잡혔다. 방망이가 타자들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만, 보는 팬들 입장에서는 답답했을 만한 경기였다.
박 감독 역시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것. 사실상 4강 싸움에서 밀려났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한다는 생각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잠실 라이벌인 6위 두산이 15일까지 1경기차로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이기에 자존심을 생각해서라도 시즌을 포기할 수 없는 시기다.
또한 박 감독은 순위 싸움에서 밀리고 있는데 대해 "지난해보다 분명히 투수진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직 보강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지난해와 달리 믿음직스러운 1,2,3선발을 얻었다. SK에서 이적해 새롭게 에이스로 떠오른 박현준을 필두로 잘 뽑은 용병 리즈와 주키치가 제 몫을 다하고 있다. 그 역시 이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작년에 시즌을 치르면서 투수 부족을 절대적으로 느꼈다. 그래서 투수진을 단단하게 만드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시즌 막판 (SK에서 데려온) 박현준과 김선규가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결국 둘 모두 올시즌 주축으로 자리잡았다. 올해 역시 트레이드로 그 부분을 보강하려 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앞으로도 유원상 김성현 등을 가용 전력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곧이어 그는 "타격은 기복이 심하다. 결국 승부는 투수력에서 갈린다. 우리가 아직까지 힘든 게임을 하는 것 역시 그 때문"이라며 "확실히 좋아졌지만, 가능성이 있는 투수들을 더 끌어올릴 단계적 보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지만, 박 감독의 말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직접 경기에서 뛰는 이는 선수들이다. 그 역시 이 부분을 알기에 포기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 또한 투수력 보강을 언급하면서 계약 시 박 감독의 1차 목표였던 '리빌딩' 역시 고려하는 모습이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