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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SK전 대역전패 충격 얼마나 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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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9일 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본인은 "그냥 똑같은 1패일 뿐"이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였지만 인천 SK전에서 충격적인 대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8회초까지 8-1로 앞서던 롯데는 불펜진의 난조로 동점을 허용, 연장 승부 끝에 8대9로 패하고 말았다. 치열한 2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SK와의 맞대결에서 패한 것이 뼈아팠다. 여기에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SK는 이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 15일 경기 승리를 기준으로 4연승 행진을 달리며 롯데를 1경기차로 바짝 따라붙었다.

하지만 양 감독은 "좋은 약이 됐다"고 당시를 돌이켰다. 후반기 들어 거침없는 상승세가 이어졌다. 방심, 자만하는 순간이 올 시점이었다, 양 감독은 이런 경기가 포스트시즌 전에 나와서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남은 중요한 경기들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양 감독의 생각은 15일 청주 한화전 선수 교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 경기의 충격이 어느정도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12-7로 앞서던 9회말 2사 상황. 임경완이 9회말 등판해 고동진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백승룡, 최진행을 범타로 잘 처리했다. 5점이라는 점수차가 있기 때문에 임경완이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양 감독은 타석에 좌타자 가르시아가 등장하자 지체없이 투수를 좌완 강영식으로 교체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역시 12-7로 앞서던 9회초 마지막 공격 상황. 황재균과 양종민이 아웃되며 타석에는 전준우의 백업으로 들어온 이승화가 나올 차례였다. 이날 첫 타석. 하지만 양 감독은 또다시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마운드에 좌완 유창식이 있는 것을 감안해 우타자 정보명을 기용한 것이다. 여기에 9회말 수비에는 정보명 대신 수비가 뛰어난 황성용을 중견수로 투입했다. 승리를 그대로 지키기 위해 수비가 좋은 이승화를 타석에 세워 9회말 수비를 맡기는 방법도 있었지만 양 감독의 선택은 이승화-정보명-황성용 순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대호의 출전도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양 감독의 최근 경기에서 점수차가 어느정도 벌어지면 다리 상태가 좋지 않은 이대호를 휴식차원에서 빼줬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8회초 다섯 번째 타석까지 이대호를 기용했다. 이후 8회말 수비 때 박종윤과 교체를 해줬다. 이대호의 한 방으로 점수 차이를 더욱 벌리길 기대한 양 감독이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보며 생각난 속담이 있었다. 바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였다.

청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