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그 나물에 그 밥?'
연휴에 TV 앞에 앉은 시청자들은 또 다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혹시나' 했던 기대감이 '역시나'로 바뀔 정도로 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시청자들은 기존에 보던 드라마나 예능에 채널을 고정했다.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추석 연휴 기간 방송한 프로그램 시청률 순위 톱10에 추석 특집은 단 한 프로그램도 포함되지 못했다. 톱10은 고사하고 시청률 10%를 넘긴 프로그램도 단 세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이같이 추석 특집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에게 외면 받은 것은 참신함의 결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조금 비틀고 짜깁기한 방송이 대부분이어서 추석 방송의 묘미를 반감시켰다.
'나는 트로트가수다'(이하 트가수)는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출연자를 트로트가수로 바꿨을 뿐 편집까지 똑같은 포맷을 유지했다. 때문에 기존 방식에만 충실했을 뿐 트로트의 묘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한 연예 관계자는 "'나가수'는 가창력과 가수의 성량이 큰 영향력을 끼친다. 하지만 트로트 가수들을 가창력과 성량으로만 평가하기는 무리가 있다. 트로트만의 맛을 잘 살리는 가수들이 잘못된 잣대로 경쟁을 펼친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SBS '스타애정촌' 역시 기존 프로그램인 '짝'에 연예인들을 출연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내레이션을 하는 이가 여자 성우에서 가수 성시경으로 바뀌었을 뿐 똑같은 방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출연자인 안진경의 속옷 노출 논란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속옷이 아니라 수영복이었지만 잘못된 소문은 일파만파로 번져갔다.
그나마 포맷을 비튼 것은 새로운 편에 속했다. 기존 방송을 짜깁기해 '스페셜'이나 '종합선물세트' 등의 제목으로 방송한 것은 다시 생각 해봐야 할 문제다. MBC '무한도전' '세바퀴' '나가수' '댄싱위드더스타' '놀러와' '위대한 탄생' KBS2 '1박 2일' '남자의 자격' SBS '강심장' '런닝맨' '짝' '스타킹' 등이 이같은 명목으로 재방송됐다. 한 네티즌은 "연휴 내내 봤던 것을 또 본 것 같다"는 말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문제를 낳은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KBS2 '미녀의 비밀'에서는 초등학생에게 '섹시미'를 강요하는 내용을 방송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미녀의 비밀'에서는 키 1m74의 초등학생 이지연양이 출연해 'S라인' '8등신' '섹시미' 등으로 표현됐다. 또 본인이 "고등학생 오빠들이 사귀자고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하며 선정성 논란에 휘말렸다.
물론 참신함과 색다른 포맷을 갖춘 방송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MBC '가수와 연습생'이나 KBS2 '브아걸의 두근두근', SBS 특집극 '위대한 선물' 등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가수와 연습생'은 에일리라는 걸출한 신예를 세상 밖으로 내놓았고 '두근두근'은 중국 심장병 어린이와 걸그룹 멤버들의 따뜻한 우정을 그려 눈길을 끌었다. '위대한 선물' 역시 추석답게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