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승엽이 2년만에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8개 홈런을 기록중이던 지난 10~11일 세이부와의 홈경기서 연속경기 홈런을 날리며 10개를 채웠다.
팬들이 보기엔 이승엽이란 이름값에 홈런 10개는 너무 적어서 '겨우'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승엽에겐 분명 의미있는 두자릿수 홈런이다.
일단 두자릿수 홈런을 돌파했다는 자체가 크게 다가온다. 지난해 5개에 그쳤던 홈런을 10개로 늘리며 8년간의 일본생활에서 6번째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출전 기회가 적었다고 해도 홈런 수가 적은 것은 분명 개인적인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것. 아무래도 일본에서는 외국인선수다보니 홈런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활용가치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는데 다시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해 자존심을 회복했다.
특히 올시즌을 보면 10개의 홈런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승엽은 12일 현재 퍼시픽리그 홈런 순위 12위다. 센트럴리그도 10홈런은 13위를 달린다. 퍼시픽리그 홈런 1위인 나카무라(세이부)가 39개의 홈런을 날리고 있지만 2위인 마쓰다가 20개를 치고 있고, 14개를 친 나카타(니혼햄)가 3위에 올라있다. 센트럴리그도 26개인 야쿠르트의 발렌틴이 1위에 올라있고, 14개를 친 3명의 선수가 공동 5위다. 그만큼 홈런이 적게 나오고 있다는 뜻이다.
올시즌부터 쓰고 있는 새로운 공인구의 영향이다. 12개 전구단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통일구'로 불리는 새 공인구는 볼 중심의 코르크를 감싸는 고무를 저반발 소재로 바꿔 '저반발공'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전 공보다 약 1m 정도 짧게 날아간다는 자체 실험 결과가 나오기도 했으나 실제 시즌에서 저반발공의 영향은 너무나 컸다. 지난해는 864경기에서 1605개의 홈런이 나와 경기당 1.9개의 홈런을 볼 수 있었지만 올시즌은 682경기에서 753개의 홈런만 나왔다. 경기당 1.1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오릭스에서 지난해 홈런왕을 차지했던 T-오카다가 13개, 발디리스가 12개를 기록중이고 이승엽은 팀내 3위를 달린다.
아직 이승엽의 홈런 이미지는 유효하다. 두자릿수 홈런을 친 선수 중에서 타석당 홈런수로 보면 이승엽은 33.6타석당 1개꼴로 퍼시픽리그에서 10위에 올라있다. T-오카다가 33.4타석당 1개로 이승엽에 약간 앞서있고, 발디리스는 35.8타석으로 이승엽보다 떨어진다.
분명 예전처럼 홈런을 펑펑 날리던 때와는 다르다. 그러나 장타력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최근 타격 상승세를 타는데다 올시즌 처음으로 연속경기 홈런을 뽑아내 이승엽의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후반기가 되고 있는 것은 더욱 긍정적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