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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안 떠나자마자 지동원 EPL 데뷔골, 찬스에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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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지동원(20·선덜랜드)은 스마트하다. 기회를 귀신같이 잡아내는 영민함, 필요할 때 한방을 터뜨려주는 집중력을 지녔다.

선덜랜드 이적설이 오가던 6월 가나전 선제헤딩골이 그랬고, 에인트호벤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던 6월 인천전의 프리킥골이 그랬다. 선덜랜드 이적 후 치열한 주전 경쟁을 치러내던 지동원은 9월 A매치 레바논전에서 멀티골을 쏘아올리며 소속팀에도 존재감을 확실히 알렸다.

10일 밤(한국시각) 첼시전에서 마침내 터진 프리미어리그 데뷔골도 어김없이 그랬다. 최적의 시점에서 최상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첼시전을 앞두고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에는 주공격수 아사모아 기안의 UAE(아랍에미리트연합)리그 알아인으로의 전격 임대 뉴스가 떴다.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은 올 시즌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기안 대신 니클라스 벤트너, 지동원, 코너 위컴을 중용할 결단을 내비쳤다.

이날 첼시전에서 기안의 대체자로 여름 이적 시장 종료 직전 아스널에서 임대 영입한 벤트너가 데뷔전을 치렀고, 지동원의 입단 동기생인 위컴이 지동원에 앞서 후반 19분 교체출전했다.

경기 막바지까지 지동원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중동 원정으로 심신이 지쳤을 지동원을 아껴둘 심산으로도 읽혔다. 예측을 뒤집고 지동원이 후반 36분 세세뇽을 대신해 그라운드에 나섰다. 불과 10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골에 대한 큰 기대를 하기 힘들었다. 경기 감각을 고려한 감독의 배려쯤으로 해석됐다.

종료 직전인 후반 45분 거짓말처럼 지동원의 데뷔골이 터졌다. 라르손의 중원 크로스를, 니클라스 벤트너가 솟구쳐오르며 떨궈주자 지동원은 기다렸다는 듯 오른쪽 측면에서 통쾌한 논스톱 발리슛을 터뜨렸다. 주먹을 번쩍 치켜올리며 겅중겅중 뛰어오르는 세리머니는 더없이 짜릿했다. 조광래호에서 경험한 골 감각을 그대로 이어갔다.

특히 지동원의 골은 벤트너, 라르손 등 이적생들의 조합으로 이뤄졌다는 면에서 의미 있다. 이전 3경기에서 지동원은 기존의 기안-세세뇽 콤비가 볼을 독점하는 가운데 볼터치의 기회마저 제대로 잡지 못했다. 선입견 없는 '신입생' 벤트너, 라르손은 협업에 능했다. 위치 선정 능력이 탁월한 지동원에게 기꺼이 기회를 만들어줬다. 지동원은 리버풀과의 개막전, 뉴캐슬과의 홈개막전, 칼링컵 등 3경기 연속 후반 출전했었고 레바논 원정 직전인 27일 스완지시티전에만 유일하게 결장했었다. 정규리그 3경기만에 마침내 골맛을 봤다.

또 기안 없는 첫 경기, 첫 실험에서 투입 9분만에 골을 터뜨리며 EPL 조기 적응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브루스 감독의 한결같은 믿음에 보답하며 향후 포지션 실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스트라이커는 골로 말한다'는 조광래 감독의 조언을 가슴 깊이 품었다는 지동원이다. A매치 11경기에서 8골을 기록한 '대한민국 대표 스트라이커' 지동원을 아시아 유망주로만 바라보며 의심하던 선덜랜드 팬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