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승리를 간절히 빈 까닭은?'
한화 한대화 감독으로선 넥센 김시진 감독에게 어지간히 미안했나보다.
한 감독은 8일 목동 넥센전을 앞두고 김 감독에게 "형님, 어제 SK에 좀 이기지 그랬소. 내가 얼마나 바랐는데"라고 말을 꺼냈다.
김 감독이 SK 이만수 감독대행보다 더 절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화가 SK와 순위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사실 사정은 이러했다.
넥센은 8월 중순부터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다. 8월18일 한화전부터 8월31일 두산전까지 무려 9승3패. 그 사이 4위를 노리던 LG에 3연승을 거두는 바람에, LG는 사실상 이 대열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이쯤되면 '고춧가루 부대' 수준을 뛰어넘어, 상위권 싸움의 캐스팅 보트를 쥔 '돌풍의 핵'이었다.
그런데 9월2일부터 시작된 한화전에서 꼬이기 시작했다. 이틀 연속 연장전 끝에 한화에 패하더니 3경기를 내리 내주고 말았다. 한화는 올 시즌 첫 스윕. 이후 7일까지 넥센은 5연패로 허덕였다. 파죽지세의 기세는 온데간데 없이 연패 끊기에 바쁜 상황.
한 감독은 사실 당시 3연전 때 김 감독의 기를 이어받겠다며 매일 넥센의 덕아웃을 찾았다. 그런데 너무 심하게 기를 뺏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날 선발로 에이스 류현진까지 내세운 상태. 김 감독은 "한 감독이 우리 경기서 현진이 내세울줄 알았다"며 농담섞인 타박을 했고, 한 감독은 "앞선 삼성전에 용병 저마노, 매티스 등이 모두 투입됐기에 어쩔 수 없었잖수. 현진이도 10승은 채워야 하는데…"라며 항변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내가 7일 경기서 넥센이 이기길 얼마나 바랐는데요. 그래야 덜 미안하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에 김 감독은 "어쩔 수 있겠어. 우리 운명이지"라며 웃었다.
한 감독으로선 오랜만에 복귀한 에이스를 좀 더 승리에 가까운 경기에 투입하기 위한 배려였던 셈. 이를 모를리 없었던 김 감독.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도, 절친한 선후배의 우정은 여전했다.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