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멜로, 코미디, 가족영화…모든 것이 추석 극장가에 있다.
여름이 지나가고 조금 이른 듯한 추석 시즌이 왔다. 하반기 극장가 최대 대목이다. 연휴는 짧지만, 한 번쯤은 극장에 가 볼 생각을 하는 예비 관객들을 위해 '라면 가이드'를 마련했다. 라면을 먹으면서 볼 영화를 고르는 가이드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관객이라면, 이 가이드에 따라 영화를 골라보자.
▶역시 코미디라면…'가문의 영광4-가문의 수난'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개봉 직전 다크호스로 떠오른 작품이다. 앞선 '가문 시리즈'의 명성 때문에 연휴 직전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김수미 신현준 탁재훈 정준하 현영 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이 출연한다. 내용은 이들이 처음으로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떠나 겪는 좌충우돌 모험담이라고 간단히 요약할 수 있다. 추석 기대작 중 유일하게 완벽한 코미디를 추구한다. 하지만 다소 지저분한 몸 개그와 황당한 설정도 많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특별한 의미나 메시지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빠지고 싶은 멜로라면…'통증'
아시아 스타로 발돋움 중인 톱스타 권상우가 머리도 제대로 감지 않은 듯한 꾀죄죄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통증'은 밑바닥 청춘 남녀의 강렬한 사랑을 그리고 있다. '친구' '챔피언'을 만든 곽경택 감독 특유의 거친 욕설 섞인 대사가 반짝이는 영상미와 어울려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형적인 부분이 분명 있지만, 배우들 자신의 콤플렉스를 극중에서 패러디하는 등 전형성을 상쇄하는 잔재미 또한 갖췄다. 톱스타 출연작치고는 다소 기대치가 낮은 편. 연인 관객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가족영화의 감동이라면…'챔프'
'각설탕2'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챔프'는 말과 사람 사이의 우정, 가족에 대한 사랑, 스포츠 영화로서의 박진감까지 두루 갖춘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다. '과속스캔들'과 '헬로우 고스트'로 흥행 연타를 친 차태현이 기수로 변신해 한층 더 슬림해졌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주 장면, 차태현의 딸을 맡은 인형처럼 예쁜 '정답소녀' 김수정의 깜찍 연기 등 가족이 함께 볼 만한 볼거리를 많이 갖췄다. 아직 추석 개봉작 중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차태현은 극중 대사처럼 "흥행은 추입(뒤에 처진 경주마가 막판에 앞지르는 것)이다"라고 말할 듯하다.
▶아름다운 영상미라면…'푸른 소금'
국민배우 송강호와 청춘스타 신세경의 조합으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은 '푸른 소금'은 추석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지난달 31일 공개됐다. 평가가 상당히 엇갈리고 있다. 크게 '스토리가 허술하다'는 쪽과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이 심금을 울린다'는 쪽으로 나뉜다. 하지만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색감과 화면, 송강호의 심금을 울리는 감정 연기를 인정하지 않는 관객은 없다. '그림이 예쁜' 영화를 선호한다면 '그대 안의 블루' '시월애'를 생각하고 '푸른 소금'을 선택할 만하다.
▶조금은 다른 시선이라면…'북촌방향' & '아리랑'
해외 영화제에서 늘 주목받는 두 연출자인 홍상수-김기덕 감독이 올 추석에는 다소 특별한 행보를 보인다. 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내놓았던 '북촌방향'과 '아리랑'이 추석 시즌에 나란히 국내 개봉된다. '북촌방향'은 8일 개봉되며, '아리랑'은 정식 개봉되지 않았지만 CGV 무비꼴라쥬의 '김기덕 특별전'을 통해 베일을 벗는다. 두 작품의 경합 끝에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수상은 '아리랑'에 돌아갔다. 두 감독의 작품이 추석 시즌 함께 선보이는 것은 이들이 나란히 데뷔한 뒤 16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