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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조 타격상', 이젠 역사를 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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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조 타격상'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볼 시점이다.

장효조 삼성 2군 감독이 7일 오전 별세했다. 현역 시절 '타격 천재', '타격의 달인'으로 불렸다. 그가 남긴 수많은 족적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은 말할 것도 없이 통산타율 1위(0.331) 기록이다.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양준혁 SBS 해설위원이 통산타율 2위(0.316)에 올라있다. 현역 시절 양 위원에게 "통산 타율 1위에 오르고 싶은 욕심이 없는가"라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때 대답은 "다른 건 자신있는데 통산타율 1위는 이미 글렀다. 장효조 선배님의 기록은 정말 엄청난 것"이라고 말했었다.

고인의 기록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지난 7월23일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때 고인이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로 뽑힌 건 당연한 일이었다.

레전드를 추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서른살이 된 프로야구는 사람으로 치면 완전한 성인이다. 우리 프로야구도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처럼 선수 이름을 건 상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엔 통산 511승 투수 사이 영을 기리는 사이영상이 있다. 그해 리그별 최고 투수에게 주는 상이다. 정규시즌 후 후보를 선정해 미국야구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투표를 통해 뽑는다. 로베르토 클레멘테상도 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인 클레멘테는 야구도 잘 했지만, 선행의 모범이 된 선수였다. 72년 니카라과 지진 피해 구호 물자를 싣고 가다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그를 기려 모범적인 생활을 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지난해엔 보스턴의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가 받았다.

일본에는 선발투수 최고의 영예인 사와무라상이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 한해 동안 가장 큰 공헌을 한 선수나 감독에게 주는 쇼리키상도 있다.

우리도 '장효조 타격상'을 만들지 못하란 법이 없다. 당분간 깨지기 힘든 프로야구 통산타율 1위의 기록을 세상에 남겼다. 그의 이름을 내건 상을 만들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야구에는 '이영민 타격상'이 있지만 고교 타자들이 대상이다.

야구인들의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할 것이다.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프로야구에서도 선수 이름을 기리는 상을 만들자는 여론이 없지 않았다. 다만 그러려면 야구계의 전반적인 공감대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어떻게 공감대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론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면 '박현식 타격상'을 먼저 만들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다. 프로야구 차원을 뛰어넘어 한국 야구 역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삼미 슈퍼스타즈 초대 감독이었던 고 박현식씨는 1950년대와 60년대 국가대표 4번타자를 맡았던 대스타였다. 또한 결국엔 투수 이름을 딴 상도 만들어야 할텐데 그럼 대체 누구를 모델로 해야 할 것이냐는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이나, 최초에 상을 만들 때 '훗날에 더 좋은 통산 성적을 낸 선수가 나오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라면 영원히 못 만든다.

또하나, '장효조 타격상'이 반드시 그해 수위타자를 수상자로 할 필요는 없다.

고 장효조 감독은 83년 프로에 데뷔했는데 그해 곧바로 3할6푼9리의 타율로 수위타자에 올랐다. 장타율(0.618), 출루율(0.475) 1위도 차지했다. 따라서 프로야구 신인 타자 가운데 인상적인 성적과 성실한 매너를 겸비한 선수를 선정해 '장효조 타격상'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수상 기준은 의미를 살리는 한도내에서 재량껏 정하기 나름이다.

결국 이같은 논의는 그동안 말만 많았던 '명예의 전당' 설립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로도 이어질 수 있다. KBO는 올해 프로야구 3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명예의 전당 설립을 계획중이다. 만약 성사된다면 30주년 레전드 올스타에 뽑혔던 고 장 감독은 충분히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최근 KBO 구본능 총재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많은 레전드 스타들의 경험과 삶을 미리미리 음성녹취 등 기록으로 남겨놓는 것도 고려해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고 장효조 감독의 사례처럼, 갑작스런 레전드 스타의 타계는 곧 한국프로야구 역사의 일부분이 소멸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야구인들 뿐만 아니라 수많은 팬들이 고인을 애도하고 있다. 7일 경기가 펼쳐진 3개 구장에선 만나는 관계자들마다 "건강이 최고입니다"라는 말이 인사가 됐다.

이제 아쉬워만 할 게 아니라, 보다 진지한 논의가 동반돼야 한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